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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만나본 지휘자 이야기 3

Jonathan Nott -조나단 노트-

by 함정준 Jan 08. 2025

 독일 유학시절 나의 공부를 통틀어서 가장 큰 영향을 준 게 무엇인가 물어보면



Junge Deutsche Philharmonie (독일 청소년 오케스트라. 이하 JDPH) 활동한 3년의 시기였다고 볼 수 있다.


이름은 청소년 오케스트라지만 독일 전역의 음대 재학 중인 학생들이 일반적으로 1:20 정도의 경쟁률을 뚫고 입단이 가능한 단체라 JDPH출신들은 베를린 필하모닉을 포함한 독일 내 탑 오케스트라에 대부분 취직을 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 만만한 단체는 아니다.


내가 활동하던 시기는 2011~2013년. 그리고 2013년 JDPH의 말러 9번 교향곡 +쇼스타코비치 바이올린 협주곡 유러피언 투어의 지휘자로 조나단 노트가 바통을 잡았다.


당시엔 밤베르크 심포니의 상임지휘자로 말러 전곡 녹음을 완성하고 폼이 절정에 달하던 시절이었기에 기대도 컸고 내가 수석 오보에 주자였기에 걱정도 많았다.


첫 리허설 날.

조나단 노트는 상당히 긴 시간을 할애해서 1악장의 어느

부분에서 반드시 이런 문제가 생길 것이다, 여기선 이러한 리듬을 신경 써서 들어야 한다, 이 부분에선 어떻게 밀어붙여야 하는지 식의 일종의 ‘브리핑’을 하시고는 거의 한큐에 그 복잡한 폴리포니의 1악장을 풀어내는 모습에서 조나단 노트가 얼마나 괴물 같은 지휘자인지 느껴졌다.


그렇게 같은 방식으로 이보다 더 깔끔한 방법이 또 있나 싶을 정도로 군더더기 없이 4악장까지 리허설이 진행되었고 항상 예정된 일정보다 30분 정도씩 일찍 끝나는 그의 방식이 참 좋았던 기억이 난다.


영국식 액센트가 뒤섞인 독일어로 중간중간 하는 말들도 매력적이었는데

“ es war so GREAT klang!”

같은 식. ㅎㅎ 직역하면 ‘그건 정말 근사한 소리였어! “ 정도.

근사한 수트를 입고 선혈이 낭자한 이야기를 별 감정 없이 이야기하는 듯한 언어 선택들도 매우 좋았다.


 본 공연에 들어가면 리허설 때 약속한 걸 토대로 연주자들을 더 극단으로 몰아붙이는 솜씨도 수준급. 함께 협연자로 나섰던 바이올리니스트 크리스티앙 테츨라프를 포함하여 연주자들 손가락에 불날 정도로 빠른 템포로 몰아치면서 아슬아슬하게 안 무너지게 이끌고 가는 균형 감각도 좋았다.


 결과적으로 이 투어 이후로 JDPH는 조나단 노트에게 예술감독 자리를 제안했고 그 관계는 2025년까지 유지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한번 작업한 지휘자와는 ’또 같이 할까 말까?‘ 하는 경우가 많은데 조나단 노트는 ‘다음엔 같이 뭘 하게 될까?’ 하는 기대감이 들게 만드는 강렬한 기억의 지휘자였다.


유럽에서의 커리어는 조금 주춤한 현재이지만 도쿄 심포니와 끈끈한 유대관계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더 비상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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