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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굴에서 탈출하기

스마트폰을 벗어나 더 큰 세상으로!

by 이에누 Dec 08.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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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의 연락처를 정리하고 있다. 최근 십 년 가까이 한 번도 통화나 문자를 주고받지 않은 전화번호부터 과감히 지운다. 생각해 보면, 그들 대부분은 지금도 안부를 묻지 않을 사람들이고, 나 역시 그랬다. 앞으로도 별일 없으면 아마 계속 그럴 것이다.

이런 연락처 정리는 마음 한구석에서 은근한 결단력을 요구한다. 매번 그 번호들을 지울 때마다 묘하게 떨리는 손가락, 조금은 미련을 남긴 나와의 눈 맞춤이 있었다.




단체톡방의 존재도 그리 다르지 않다. 무려 스무 개쯤 되는 단톡방이 눈앞에 펼쳐진다. 일종의 사회적 잔상처럼 각 방의 소리와 이미지가 귀에 들리는 듯하다. 수없이 쌓여 있는 대화 창 사이에서 ‘꼭 필요한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각 방을 하나하나 다시 들여다본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가족 톡방은 다르다. 매일 몇 번이고 오가는 사진과 이야기들 속에서 느끼는 웃음과 안도감. 어쩌면 이런 무해한 정서는 이 톡방에서나 느낄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친구들과의 채팅방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어느 날은 친밀하고 소소한 얘기들로 가득 채워진다. 또 어느 날은 그저 스쳐 지나가는 담소가 될 때가 많다. 그 속에서 나는 어떤 위치일까? 생각해 보니 내가 먼저 톡을 보내는 경우가 더 많았다.

흥미로운 사진이나 짧은 글귀를 올리며, 친구들의 반응을 기다린다. 나름 의욕적으로 던진 이야기가 하루가 지나도 읽음 표시만 남아 있다면… 그럴 때 느껴지는 미묘한 서운함이 있다. 어쩌면 그들은 내 말에 큰 흥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그냥 바쁜 일상 속에 묻힌 이야기일 뿐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다른 사람들의 메시지에 반응이 빠른 편이다. 가족과 친구들, 심지어 학생들의 질문에도 빛의 속도로 답을 한다. 예전에는 내가 이렇게 빠르게 반응하는 것이 단순한 예의라고 생각했다. 학생들이 고마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어느새 나 자신도 이 빠른 반응에 중독된 건 아닐까 싶다.

그러다 보니 휴대폰을 손에서 놓지 않는 자신을 발견할 때가 많다. 내가 정말 관계에 대한 기대와 관심이 이렇게나 큰 사람이었나? 아니면 단순히 이 관심에 대한 갈망을 넘어서 관계 속에서 존재를 확인하고 싶은 걸까?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세상의 소음에서 벗어나고 싶은 충동이 드는 순간이 온다. 그럴 때 나는 천천히 숨을 고르고, 그동안 쌓아온 단톡방을 하나씩 닫는다. 차단하지 않더라도 과감히 톡방에서 나와본다. 요즘은 조용히 나가기 기능도 있어서 티 나지 않게 사라질 수 있다.

​어떨 땐 금방 눈치챈 듯 쪽지나 재초대 요청이 날아오곤 한다. 그리고는 나간 이유를 물으며 은근한 핀잔을 주기도 한다. 그럴 때면, 어쩌면 나는 관계에 대한 단순한 결단을 내리기조차 힘든 사람으로 여겨진다. 속 좁고 복잡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더 커진다.

​살면서 가장 큰 교훈 중 하나는 ‘나와 맞는 사람만 곁에 두는 것이 꼭 이기적인 일은 아니다’라는 사실이다. SNS와 스마트폰으로 끊임없이 연결된 세상에서는 특히 그렇다. 관계를 정리하는 것은 단순히 연락처나 단체톡방을 비우는 걸 넘는다. 나 자신을 존중하고 내 시간과 마음의 평화를 지키려는 노력이다.

SNS의 매력은 즉각적인 반응에 있다. 짧은 시간 안에 관심과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 그로 인해 일종의 소속감도 느낄 수 있다. 나 역시 누구나 그러하듯 톡을 올리고 친구들의 반응을 기대하곤 한다. 그런데 이렇게 타인의 반응에 민감해질수록 내가 보내는 톡과 그들이 보내는 반응 사이에서 마음이 흔들리는 걸 자주 느낀다. 내가 정말 그 반응들을 필요로 하는 걸까? 아니면 단지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반응을 갈망하는 걸까?

SNS와 단톡방에서 벗어나려면 작은 실천이 중요하다. 그래서 그동안 꽤 오랜 시간 동안 연락하지 않았던 연락처부터 정리한 것이다. 다음으로는 하루에도 수차례 확인하게 되는 단톡방 목록을 줄였다. 이러한 단순한 정리가 자극을 줄여 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한 번의 큰 결단으로 다 해결되진 않는다. 하지만 이건 분명한 첫걸음이다. SNS 속에서 주고받는 겉치레 같은 반응을 줄이자는 것이다. 진짜 필요한 관계만 유지하고 더 깊고 진실한 소통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과정이다.

이런 과정에서 나를 자유롭게 하고, 관계중독의 굴레에서 조금씩 벗어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결단과 실천을 통해 꾸준히 이어 나간다면 SNS 과몰입에서 비롯된 피로감과 관계에 대한 부담은 점차 줄어들 것이다. 나와 내 주변 사람들에게 더 건강한 연결을 제공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SNS 과몰입과 관계중독에서 벗어나려는 내 실천은 과연 제대로 효과가 있을까? 시간만 나면 핸드폰을 들여다보는 습관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때론 별다른 이유 없이 톡을 보내고 싶은 충동에 휩싸이곤 한다. 그러다 보면 반응을 기다리는 자신을 발견한다. 상대방의 무반응에 서운함을 느끼고, 관계에서 늘 무언가를 주고받는 데에 얽매이는 나 자신을 보게 된다.

어느새 그동안 내가 자주 못마땅해하던 ‘톡질러’가 되어 있진 않을까 하는 자기반성이 밀려온다.  내가 피하고 싶었던 사람들 속에 내가 스스로 들어가 있다. 그들이 나를 피하게 만들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이러니다. 가만히 있는 시간을 못 견뎌 톡방을 기웃대는 버릇. 그게 싫어서 톡의 굴을 스스로 탈출하는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것이다.


암튼 나는 새로운 삶의 방식을 찾고 있다. 휴대폰을 멀리하고 물리적인 공간에서 내게 소중한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려 애쓴다. 읽어야 할 책과 그동안 해보지 않았던 취미 활동에도 시간을 쏟아본다. 그 덕에 스마트폰과 SNS를 통해서가 아닌, 진정한 소통과 활동을 통해 얻는 만족감을 찾는 중이다. 내면에 집중하고 정리해 나가려고 노력 중이다.




[Q&A]


Q. 이 글은 어떻게 해서 쓰게 되었나요?

A. 최근 스마트폰을 정리하면서 자연스럽게 SNS와 단체 채팅방에 대한 생각이 깊어졌어요. 불필요한 연락처를 삭제하고 단톡방을 정리하면서, 내가 관계를 대하는 방식이 어떠했는지 돌아보게 됐죠. 단순히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이 얼마나 타인의 반응에 기대고 있었는지, 그로 인해 얼마나 피로감을 느꼈는지를 깨닫게 된 과정이었습니다.

이 글은 단순한 경험담을 넘어서, 관계에 대한 우리의 태도와 SNS 과몰입에 대한 고민을 나누고 싶어서 쓰게 되었어요. 같은 고민을 가진 사람들이 많을 것 같았거든요.

Q. 제목을 ‘톡굴에서  탈출하기’라고 한 이유는?

A.  ‘굴’이라는 단어가 주는 이미지 때문이죠. 채팅방과 SNS는 어쩌면 편리한 소통의 공간이지만, 때때로 나 자신을 가두는 굴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처음엔 가볍게 들어갔다가, 어느새 그 안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반응을 기다리는 나를 발견하는 순간이 있잖아요.

‘탈출하기’라는 표현을 쓴 건, SNS와 단톡방을 아예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거리 두기를 통해 나 자신을 지키고 싶다는 의지를 담기 위해서예요. 무조건 단절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원할 때 오갈 수 있는 자유를 되찾고 싶다는 의미죠.

Q.  ‘톡질러’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이 단어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A. ‘톡질러’라는 단어는 실제로 널리 쓰이는 표현은 아니지만, ‘카톡질’이라는 말을 응용해서 만든 표현이에요. 본래 ‘카톡질’은 가벼운 농담처럼 쓰이지만, 여기서는 약간의 자기반성이 섞여 있죠.

한때 저는 타인의 톡이 부담스럽다고 생각했지만, 돌아보니 저 역시 습관처럼 SNS에 접속하고 있더군요. 의미 없는 메시지를 보내고 상대방의 반응을 기다리고 있더라고요. 결국 제가 피하고 싶었던 행동을 제가 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래서 자조적인 의미를 담아 ‘톡질러’라는 표현을 넣었어요.

Q. 단톡방을 정리하는 과정이 자세히 나오는데, 가장 어려웠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A. 가족이나 아주 친한 친구들의 채팅방은 고민할 필요가 없었어요. 하지만 애매한 관계의 방들은 쉽게 나가기 어려웠죠.

특히 몇 년 동안 말 한마디 섞지 않았지만, ‘혹시 나가면 섭섭해할까?’라는 생각이 드는 방들이 있었어요. 정작 그 방에서는 나를 찾지도 않는데, 내가 먼저 관계를 끊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었거든요.

하지만 결국은 정리해야 마음이 편해졌어요. 나간다고 해서 누구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았고, 오히려 불필요한 대화에서 자유로워졌다는 해방감이 컸어요.

Q. SNS에서 벗어나려는 실천 중 가장 효과적이었던 것은 무엇인가요?

A. 제일 효과적이었던 건 ‘바로 답장하지 않기’였어요. 저는 원래 메시지를 받으면 거의 즉각적으로 답장을 했어요. 예의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그러다 보니 늘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있어야 했고, 내 시간도 점점 갉아먹히는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일부러 답장을 늦추기 시작했어요. 몇 시간 뒤에 답하거나, 급하지 않으면 아예 다음 날로 미뤘죠. 그랬더니 신기하게도 상대방도 크게 신경 쓰지 않더라고요. 오히려 내가 먼저 반응을 줄이면, 상대방도 자연스럽게 거리를 조절하는 느낌이었어요.

Q.  ‘나와 맞는 사람만 곁에 두는 것이 꼭 이기적인 일은 아니다’라고 했는데, 이 부분을 더 설명해줄 수 있을까요?

A. 우리는 관계를 맺을 때 ‘착한 사람’이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래서 연락이 뜸해진 사람과도 어색하지 않으려고 애를 쓰고, 단톡방에서 나가는 걸 미안해하기도 하죠. 하지만 결국 그런 관계들이 쌓이면 정작 나 자신이 힘들어져요.

이기적이라는 것은 자기중심적으로만 행동하는 것이지만, 건강한 거리 두기는 오히려 관계를 더 오래 지속하는 방법이기도 해요. 억지로 유지하는 관계는 언젠가 부담이 되고, 피로감을 주니까요.

내가 진짜 편안하게 대할 수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에 집중하면, 그 안에서 더 깊은 유대감을 느낄 수 있어요. SNS에서 벗어나려는 것도 그런 의미에서예요. 보여주기식 관계가 아니라, 진짜 의미 있는 관계에 집중하고 싶었던 거죠.

Q. SNS와 단톡방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나요?

A. 솔직히 말하면, 완전히 벗어나긴 어렵다고 생각해요. SNS는 이제 우리의 일상과 너무 깊숙이 연결되어 있고, 단톡방도 사회생활에서 필수적인 도구가 됐으니까요.

다만, 그 속에서 균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SNS가 필요할 때만 쓰고, 단톡방에서도 꼭 필요한 대화만 하며, ‘연결되지 않음’에 대한 불안을 줄이는 것이죠.

저도 여전히 스마트폰을 자주 들여다보곤 해요. 가끔은 SNS에 접속하고 싶은 충동이 들기도 하고요. 하지만 예전처럼 즉각적으로 반응하거나, 무의미한 관계에 시간을 쓰지는 않으려 노력하고 있어요.

결국 중요한 건 ‘내가 주도권을 쥐고 있는가?’라는 문제 같아요. 내가 SNS와 단톡방을 사용하는 것이지, 그것들이 나를 지배하도록 두지는 않겠다는 의지가 필요하죠.

Q. 특별히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A. SNS와 단톡방에서 우리가 얼마나 많은 감정을 소모하고 있는지를 돌아보자는 거예요. 가끔은 별것 아닌 메시지 하나에도 마음이 흔들리고, 타인의 반응에 따라 기분이 좌우되잖아요.

그렇다고 당장 모든 걸 정리하고 떠나야 한다는 건 아니에요. 다만, 우리가 더 건강한 관계를 맺고,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해 어떻게 SNS를 사용할지 고민해보자는 거죠.

이 글을 읽고 누군가는 ‘나도 단톡방을 정리해볼까?’, ‘SNS를 좀 덜 봐야겠다’라는 작은 결심을 할 수도 있을 거예요. 그리고 그런 작은 실천들이 모이면, 언젠가는 진짜 필요한 관계만 남게 될 거라고 생각해요.

그 과정에서 우리가 더 자유로워질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SNS에서 벗어나 소중한 사람들과의 진짜 대화에 더 집중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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