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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눈이 내린다.

눈놀이

by 선영언니

겨울 눈 놀이


겨울에 눈이 오면 신나는 것은 언제까지일까? 나는 어린 시절 따뜻한 곳에 살아 눈을 보기 힘들었었다. 추운 곳에 사는 외삼촌댁에 눈을 보러 갔는데 하필이면 그때 내가 살던 곳에는 폭설이 와서 속상했던 기억이 있다. 그때는 나도 눈을 좋아했었나 보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추위와 불편함이 싫은 어른이 되었다. 눈이 내리면 당장 불편한 교통걱정 미끄럼 걱정부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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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이들은 눈 내리는 순간 반짝반짝 빛이 난다. 설렘과 기대감을 온몸으로 표현하며 달린다. 동네의 어느 곳도 우리의 놀이터가 된다. 하늘에서 장난감이 내리는 격이다. 신나게 눈밭을 뒹굴다 보면 어느새 추위 따윈 잊어버리고 웃음소리만 남는다.

추위에 약한 내가 엄마인 탓에 나의 아이는 이래저래 꽁꽁 싸매고 눈놀이를 한다. 그것도 나의 걱정이란 것을 알지만 내 기준으로 아이의 복장을 정한다. 그러다 아이들 웃음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제야 두꺼운 옷 안의 불편함이 보였다. 추위 따윈 잊은 채 달려오는 아이를 보며 내가 칭칭 감아두었던 목도리를 내손으로 풀어 준다. 불편함을 감수하고 나의 마음을 받아들여주는 아이의 마음이 고마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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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며 가며 썰매가 귀찮을 법도 한데 아이들은 이고 지고 서로를 돕는다. 돌아오는 길엔 보물인양 눈을 한가득 싣고 돌아오는 모습에

"아이고~무겁게 집 마당에도 많잖아~"

잔소리를 해대지만 그것 또한 어른생각. 아이들은

"거기 눈이랑 여기 눈이랑은 달라요~"

보물을 만난 듯 소중히 담아 도와가며 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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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내린 순간은 순간이동한 듯 다른 세상이 되어 버린다. 온 세상 하얗게 놀다 보면 어느새 또 녹아 현실로 돌아온다. 매년 다른 눈세상이 펼쳐지겠지만 언젠가 오늘의 눈세상에서 뒹굴던 이 순간을 추억하는 날이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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