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집 태우기. 윷놀이. 길놀이
대보름을 맞이하여 작지만 예쁜 달집을 만들었다. 달집 태우기는 대보름달이 뜨는 밤에 불을 피워 액운을 쫓고 복을 부르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원래는 밤에 태우는 것이나 우리는 다 같이 모이는 낮에 태우기로 했다. 새끼줄 사이로 소원지도 함께 엮었다. 아이들의 진지하고도 간절한 소원들이 하나둘씩 채워졌다. 도착한 순서대로 소원지를 적어서 뒤에 오는 아이까지 빼먹은 소원지는 없나 한 명 한 명 챙기는 모습들이 그저 예쁘다. 불이 붙는 순간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두 손을 모은다. 마음속에 담은 소원들을 간절히 빌어본다.
지금의 나는 그 소원이 무엇이었는지 조차 기억이 나진 않지만 순간을 기억한다. 그날의 시끌벅적하지만 진지했던 순간들과 꼭 이루어질 거라 말하던 아이들의 믿음의 눈빛들이 머릿속에 생생하다. 나는 이것으로 만족이지만 그 진지했던 아이들의 소원은 이루어졌을까. 궁금해진다.
정월 대보름을 맞이해서 윷놀이 대회가 열렸다. 겨울은 농사일이 없으니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보낼까 궁리하는 것이 일이 되었다. 어른 한 명 아이 한 명이 한 팀이 되어 토너먼트로 이루어진다. 재미로 시작한 놀이였는데.. 점점 열기가 더해져 눈에서 불꽃이 이글거린다. 여기저기서 함성과 고함이 들리고 심판을 불러댄다. 우리 동네에서는 이렇다 이제는 이렇게 하자 등등. 함성 뒤에는 아쉬움의 소리도 있고 누가 이길지 궁금함도 숨어있다.
1회 대회 때는 딸이 속한 팀과 내가 속한 팀이 겨루는 일이 있었더랬다. 정정당당한 겨루기에 진심인 엄마는 아이라고 봐주는 건 없다며 진지한 겨루기로 승. 아이속도 모르고 좋아했었다. 그 뒤로 집에 가는 차 안에서부터 일 년간 아쉬운 소리를 들어야 했다. 드디어 일 년을 기다린 두 번째 대회날이 왔다. 딸이 속한 팀이 승승장구하며 1등을 차지했다. 나는 내심 속으로 얼마나 다행히 다를 외쳤는지 모른다. 이제 아쉬운 소리 끝이다 싶어 나도 만세를 외친다. 올해는 집에 오는 차 안에서부터 지금까지 아슬아슬했던 순간들과 무용담을 듣는 중이다. 어쨌든 우리 집은 챔피언이 둘이네~나의 마음과 너의 마음은 다른 의미로 다행이다~하하.
정월대보름을 맞이하여 풍물과 함께 동네 한 바퀴를 돈다. 나는 너무 죽을 맛. 저질체력이지만 의지만 있는 나는 참여하는 것에 의의를 두고 함께하기로 했다. 시작하자마자 역시나. 하지만 신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아이들은 부럼을 포장하고 한 글자 한 문장 정성스럽게 써 내려간다. 이건 동네 분들 복을 빌어주고 나눠 드릴 참이다. 종교적인 의미보다 마음을 전하고 풍습을 알자는 것에 무게를 두고 함께하였다. 어르신들이 우리의 생각보다 큰 환대를 해 주셔서 우리가 더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다.
정작 둥근달을 함께 보지는 못한 정월대보름이지만 함께하는 정월대보름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각자 다른 그림으로 마음속에 남겨질 모습이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