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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이별.

보리야 안녕

by 선영언니 Mar 21. 2025

 파란 지붕 집에는 강아지가 두 마리 살고 있었다. 보동이와 보리. 우리가 이곳에 함께하기 훨씬 전부터 그들은 파란 지붕 아래에서 함께하고 있었다. 함께하는 공간이 되고 난 후부터는 주인뿐만 아니라 다들 오며 가며 들여다 보고 인사를 나눴다. 아이들은 간식을 잘 챙겼고 산책을 함께하기도 했다. 우리 중에 어느 집도 강아지를 키우는 집에 없어서일까. 아이들은 서로 줄 한번 잡고 싶어 애를 태웠다. 동네 한 바퀴 돌 때마다 구역을 정해가며 돌아오기까지 모두 한 번씩 줄을 잡아봐야 산책이 끝나곤 했다. 그때마다 아이들은 안달이 나 있었는지 몰라도 어른 눈에는 규칙을 정하고 차례를 정하고 기다리면서 양보도 하는 모습이 마냥 예쁘기만 했다. 우리의 동네 산책은 규칙이 있다. 어른과 항상 함께 일 것. 고학년끼리 산책을 원할 때에는 믿을만한 산책 경력자 친구랑 함께 일 것. 강아지를 키우는 것은 책임지고 아이를 키우는 것과 다르지 않다. 때마다 약을 챙기고 먹이고 잠자리를 봐주고 산책을 함께 한다. 그리고 강아지들도 안다. 아이들이 어른들의 예쁨을 받을 때 아는 것처럼 강아지도 우리의 사랑을 잘 알고 있다. 외부인과 우리 아이들이 드나들 때의 모습이 다른 건 누구나 느낄 수 있었다. 말하지 않아도 서로가 서로의 마음을 알고 있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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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바람이 유난히 차가웠던 어느 날 보리가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보리가 아픈 것을 우리가 알게 되고 아파서 어쩌지 하는 걱정과 빨리 낫길 바라는 바람을 모두 함께 전했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건 치료도 잘 받고 주인의 곁에서 돌봄을 받으며 조용히 눈을 감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함께하던 보리가 없다는 것은 우리의 마음을 자꾸 흔들리게 했다. 그래서 조용히 추모의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우리와 함께 했던 보리의 이야기를 나누고 그림책(혼자 가야 해)을 읽었다. 다들 보리를 생각하며 한 장 한 장 숨죽여 유심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말했다. 그림책 속 강아지처럼 보리가 혼자지만 씩씩하게 노를 저어 강을 잘 건너갔을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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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는 마음전달이 빠르다. 그림책을 읽고 조용히 기도 한 후 벌써 남은 아이를 돌보고 있다. 내 마음보다 아이들은 강하다. 남은 사람과 강아지는 또 열심히 살아간다. 

며칠 지난 어느 날 조용히 하늘을 보던 딸이 말한다. 

"저것 보세요. 강아지 구름이에요~ 보리가 하늘나라에 잘 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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