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깨. 들기름
살면서 여태껏 들깨인지 참깨인지도 모르고 깻잎을 잘도 먹었다. 깻잎은 들깻잎인 것 배우고 들깨를 줄기채 잘라 모아 뒀었다. 모아둔 들깨줄기를 바싹 말린 후 바닥에 포를 깔고 위에서 타작을 한다. 타작기구가 있다고 들었으나 우리는 막대기 하나씩 구해 오면 그것으로 만족이다. 타닥타닥 들깨 털리는 소리가 바람 소리 같다. 잘 익어 바싹 마른 들깨 깍지에서 알알이 들깨가 쏟아진다. 소리뿐만 아니라 향이 정말 끝내준다. 깻잎을 소리로 향기로 가득 머금는 느낌이다. 들깨를 다 털었다고 그 나무를 버리는 것은 아니다. 실컷 털어낸 들깨대는 모닥불 불쏘시개로 사용한다. 기름기가 있어 불이 순식간에 활활 타오른다. 보는 재미까지 있지만 기름기가 있어 순식간에 타오르기 때문에 조심하는 것을 잊지 말자. 털어서 모은 들깨는 모아서 체에 거른다. 하지만 알다시피 우리 밭의 들깨양으로는 기름 짤양이 나올 리가 없다. 나무가 많다고 좋아했는데 그 알알이 양은 정말 한 바가지뿐. 그냥 이것만 볶아 먹을까 하다가 올해는 동네 어르신께 들깨를 사서 다 함께 들깨기름을 내어보기로 했다. 시장에 있는 기름집 아주머니는 보리를 볶을 때 우리의 모습을 기억하시고는 반겨주신다. 우리를 기억하지 않을 수 없지. 하하. 아이들의 질문에도 귀찮아하시기는커녕 전문가답게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신다. 이때 때마침 들기름 짜는 과정을 티브이 프로(콩콩팥팥)에서 했었는데 티브이화면에서 보던 장면이 눈앞에 펼쳐진다. "나, 이거 티브이에서 봤어" 아이나 어른이나 신기해하며 최신 기계들 사이에서 연신 감탄사를 뱉는다. 이런 아이들을 보면서 절로 웃음이 났다. 말하자면 읍내에 나온 시골 아이들 모습이라는 설명이 딱인 듯하다. 웃고 떠드는 사이에도 기계는 연신 부지런히 움직였다. 기름이 다 만들어지려면 시간이 걸린다는 말에 얼른 시장으로 가 간식 쇼핑을 시작한다. 그래 이거지. 기름집 아주머니 간식까지 야무지게 챙겨 들고 함께 기름이 다 나오는 것을 기다렸다. 들기름이 꽤 나왔다. 들깨를 팔아주신 동네 할머니께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면서 각 집마다 한 병씩 소중히 나눠 들고 들기름 향을 맡으며 집으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딸의 한마디에 난 또 빵 터진다. 들기름이 천연 디퓨저 느낌이라나 뭐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