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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접다

by 김규민

손가락 마디를 바라본다

가만 보면 흉터 같다

손금을 바라본다

가만 보면 칼자국 같다

흉터가 없는 곳은 접히지 않나 보다


종이를 접었다

하얀 종이는 접을수록

없던 그림자가 지고,

지 몸을 부풀리며

더 이상 접히지 않겠노라고

최선을 다하고…


어디 보자

무거운 입김을 뿜으며

종이를 펼지는 나는

흉터투성이가 된 종이를 보며 흡족해한다

아무리 무거운 책 아래 두어도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흉터투성이의 종이


변하려면 아파야지

흉터투성이가 돼야지

접혀야지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흉터를 만들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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