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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하는 자들을 위한 울타리

by 김규민

왜 강아지만이 죽을 수 있는가

왜 사람만이 죽을 수 있는가

왜 꽃만이 죽을 수 있는가


책이 찢어졌다. 책이 죽었다.

시계가 멈췄다. 시계가 기절했다(어서 밥을 먹여주자).

지우개가 없어졌다. 늙어서 죽었다.


다 죽을 수 있는데

모든 게 죽을 수 있는데

어째서 꽃과 물고기와 인간과 나무와 토끼와

강아지와 고양이와 코끼리와 낙타와 송아지와—

(어째서 신의 창조물만이 죽을 수 있겠는가?)


죽음이라는

모두에게 부여되는 이 자격은 어쩌면

인지하는 자들을 위한, 신의 울타리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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