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화가 나든, 행복하든, 우울하든, 괴롭든, 예민하든그냥 내 감정을 보듬어주기로 했다.
스스로 생각했을 때, 나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예민하다. 예민함과 섬세함과는 떨어질 수 없기에, 굳이 알지 않아도 될 것까지 알아버린다. 거기에서 오는 스트레스와 염려는 덤이다. 심지어 나는 청각도 예민해서 큰 소리에 힘들어하고는 한다.
예민하면 물론 좋은 점도 있다. 사람의 마음을 깊게 들여다볼 수 있다든지, 타인이 쉽게 볼 수 없는 곳까지 눈길이 간다든지, 그곳에 신경을 쓸 수 있다든지. 이렇게 세상이 조금 더 풍요롭게 느껴진다.
학창 시절 때는 "예민함=모남"이란 스스로 정해놓은 울타리에 나를 가둬두어 괴롭혔다. 예민하면 사람들과두루두루 어울리지 못할 거라는 생각을 했었고, 그렇기에 스스로도 그 성격을 내심 싫어했던 모양이다. 그렇게 되고 싶은 사람처럼 행동하지 못하면 자책하면서 때로는 나를 채찍질했었다. 그때부터 항상 나는 무던한 사람이 되려고 노력도 해왔지만, 시간이 지나다 보니, 깨달았다. 기질이 예민한 건 그냥 내가 내 감정을 잘 다루는 방법 밖에는 없다는 것을! 그리곤 그냥 이런 감정들을 내가 품어버려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래서 나는 그냥 요즘은 여러 감정이 올라오면 아~예민한 감정은 이런 거구나, 세상이 모두 날카롭게만 느껴지네, 슬픈 느낌은 이런 거구나 마음이 아리고 가만히 있어도 눈물이 쏟아진다, 행복한 느낌은 언제 느껴도 참 좋은 것 같다면서 그 순간 감정을 느끼고 안아버린다. 그러면 좋은 감정은 더욱 깊이 새겨지고 힘든 감정들은 나를 힘들게만 존재하는 것이 아닌 그냥 나를 이루는 내 감정이 되는 거니까.
절대 무딘 사람이 되지 못함을 깨닫고는 이렇게 그냥 모든 감정을 안아버린다. 슬픈 감정도, 우울한 감정도, 행복한 감정도 모두.
이렇게 여러 감정을 품에 안으면 내 마음은 점점 더 풍요로워질 테니까!
나라는 사람으로만 느낄 수 있는 숭고한 감정임을 오늘도 가슴 깊이 새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