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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키17 이야기

<'젠틀맨'의 오버랩>

by 조성현 Mar 06. 2025

 사실 미키17에 담긴 메시지는 그다지 신선하지 않다. 원주민들에 대한 이야기, 독재에 대한 저항정신, 인간에 대한 존엄성 등을 이야기하는 영화는 수없이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구태여 강한 워딩을 써서 이야기하자면 메시지가 '낡았다'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가 많은 이들에게 기대를 받았던 것은 사실 <미키17>이라는 원작의 독창성때문은 아니다. 이는 '봉준호'라는 유명감독의 신작이라는 점이 그 모든 기대의 근원이라 보는 것이 옳다. <기생충>이라는 작품으로 국제 무대에서 수상까지 한 거장의 신작이 뭇 대중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다는 것은 전혀 어색하지 않다. <기생충> 이후 약 6년만에 대중들 앞에 모습을 드러낸 <미키17>은 이미 증명된 그의 이름값을 생각한다면 대중적으로 성공을 거둘 것임을 의심하지 않는다.


  그러나 묘하게도 내게 있어 다가온 기시감은 과거의 싸이가 이룩한 바로 그 <강남스타일> 신드롬이었다. <강남스타일>이라는 곡으로 빌보드 차트의 상위권에 오르며 글로벌 신드롬을 일으켰던 싸이는 이후 그 후속작으로 <젠틀맨>이라는 곡을 발표한 후, 이어 <HANGOVER>라는 곡을 발표한다. 이 중 <HANGOVER>의 경우, 무려 스눕독이라는 전설적인 미국의 래퍼와 협업하여 발표한 곡으로 <강남스타일>로 만들어낸 자신의 성공신화를 이어나가겠다는 야심을 드러낸 곡이다.


 그러나 결과는 모두가 알다시피 시큰둥한 반응 뿐이었다. 미국의 정서에 맞추어 발매한 소위 말하는 '미국병'에 걸린 곡들은 정작 대중들에게 있어선 참신하거나 매력적이지 않았다. 사실 이러한 싸이에 대한 우려는 <HANGOVER>의 전작인 <젠틀맨>에서부터 드러난다. 그에게는 <강남스타일>의 신화를 이어가고 동시에 대중에게 참신함을 선물해야한다는 두가지 부담감이 동시에 작용했을 것이다.  그 결과, 그의 신작에 따라붙은 꼬리표는 '매너리즘'이었고 끝끝내 싸이는 이를 극복하는 데에는 실패했다.


 작중 간간히 독재자 케네스 마샬(마크 러팔로)의 입을 통해 언급되는 이름은 '교회'이다. 그는 몇차례 위원회를 언급하면서 '교회'라는 단어를 뱉은 뒤 아차하며 '위원회'라는 단어로 고친다. 그 배후에 교회세력이 있음을 의미하기에 많은 관객들은 현재의 계엄 뒤 보수 집회를 떠올리며 마치 봉준호가 일련의 계엄 사태를 예견한 것 아니냐며 놀라워하는 반응을 보인다.


 그러나 사실 이는 지극히 미국적인 정서이다. 미국의 주류로 불리우는 WASP는 White, Anglo-Saxon, Puritans의 약자이다. 이 중 Puritans는 청교도라는 뜻으로 미국의 주류로 불리우는 이들이 개신교와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의미한다. 사실 이는 역사적 맥락을 따져보면 당연한 일이다. 애초에 미국은 영국의 식민지로 건설된 나라였으며, 그들은 모두 기독교인들이었다. 즉, 미국은 애초에 '개신교도들이 건설한 국가'이다. 따라서 미국의 소위 말하는 '주류 보수 세력'이 교회와 연결이 되어있는 것은 매우 자연스럽다. (사실 그러하기에 현재 대한민국의 일부 보수 세력이 미국의 정서를 따라 개신교 근본 주의를 시도하는 것은 매우 기묘하게 느껴진다.)


 '크리퍼'로 불리우는 행성의 원주민들에 대한 존중에 대한 이야기도 그러하다. 과거 영국에서 건너온 백인들이 자신들의 국가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원주민을 학살하고 괴롭혔다는 것에 대한 죄책감은 전적으로 미국적인 정서이다. 다시 말해 이 역시 한국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다. 상기해보자면 봉준호는 한국적인 요소에 집중할 때 장점이 극대화되는 감독이다. 예컨대,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괴물>은 운동권, 양궁선수라는 한국적인 개성을 가진 캐릭터를 극에 등장시킴으로써 괴물에 대항하는 캐릭터들의 개성에 개연성을 부여한다.


 <기생충>으로 아카데미 수상을 하는 쾌거를 이룩한 봉준호 감독은 수상소감으로 마틴 스코세이지에게 헌사를 바치며 이러한 말을 했다. "영화를 공부하던 어렸을 때 항상 가슴에 새겼던 말이 있었는데 그 말은'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이다. 그리고 그 말을 하셨던 분은 우리의 위대한 감독 마틴 스코세이지이다". 봉준호는 그와 같이 스코세이지에게 존중을 표하며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았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미키17>은 그러한 봉준호의 헌사에 어울리는 영화라고 느껴지지 않는다. 어쩌면 할리우드를 대상으로 한 작품이기에 미국적인 코드를 맞추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 것은 아니었을까. 한국적인 정서로 한국인으로써의 이야기를 풀어가던 <기생충>의 봉준호는 어쩌면 할리우드의 기준에 맞추어야한다는 생각을 자신도 모르는 새 한 것은 아닐까. 다시 한번 봉준호가 신드롬을 일으키길 진심으로 빌며, <HANGOVER>로의 길은 가지 않기를 염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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