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극을 보았다. 팔다리에 실이 연결된 인형들이 무대 위에서 춤을 추고 있었다. 움직임은 부드럽고 정교해 보였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그것은 자신의 동작이 아니었다. 인형들의 몸은 실에 매달린 채로 힘없이 흔들리고 있었고, 그 모습은 애처로워 보였다.
그날 밤, 집으로 돌아와 거울을 보았다. 거울 속에는 내가 있었다. 아니, 실에 묶인 내가 있었다. 직업이라는, 가족이라는, 친구라는 이름으로 엮인 무수히 많은 실들이 나를 조이고 있었다. 그것들은 나의 행동과 말을 조종하는 보이지 않는 줄이었다. 거울 속의 나의 눈빛이 어딘가 공허했다. 마치 내가 아닌 다른 존재를 보고 있는 기분이었다.
나는 생각했다. 이 실을 끊어내면 나는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하지만 동시에 두려움이 몸을 감쌌다. 실을 끊으면, 나는 무대 위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존재가 되지 않을까? 실은 얇고 약해 보였지만, 그것이 없으면 나는 더 이상 설 수 없을 것만 같았다.
거리로 나가 사람들을 보았다. 모두 나와 같았다. 그들도 모두 보이지 않는 실에 묶여 있었다. 각자의 실은 보이지 않았지만, 모두가 세상이라는 거대한 무대 위에서 서로 다른 춤을 추고 있었다. 어떤 이는 직장인의 춤을, 어떤 이는 의사의 춤을, 또 다른 이는 투자자나 PD의 춤을 추고 있었다. 80억 개의 춤이 모여 거대한 무대를 이루었다. 동시에 그들은 서로를 바라보는 관객이었다.
실에 묶인 팔다리는 오래전에 감각을 잃어 삐걱거렸고, 목소리는 무언가에 막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실을 끊고 무대에서 내려오는 것은 상상할 수 없었다. 실이 끊기면 나는 어떻게 될까? 이런 나를 기억하는 존재가 있을까?
그래도 나는 계속 춤을 춘다. 팔다리가 삐걱거리고, 실이 나를 조여와도, 이런 나를 바라봐주는 다른 인형들이 있기에 나는 계속 춤을 춘다. 무대 위에서의 내 마지막 동작이 관객에게 남겨질 유일한 흔적이다.
살아있는 마리오네트들은 오늘도 무대 위에 섰다. 설령 그것이 끝내 아무도 보지 않는 춤이라 할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