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 새옹지마
모든 사람들은 인생을 부여받으면서 희로애락의 할당량이 있는 것 같다.
살면서 기쁘고 화나고 슬프고 즐거운 일들이 25% 씩 공평하게 정해저 있을 수도 있지만 사람에 따라 30 – 10 – 30 – 30 또는 10 – 30 – 50 – 10 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비율은 모르겠다. 신이 자비롭다면 비율을 균등하게 맞춰 주셨을 것이다.
내가 감당해야 하는 슬픔의 비율이 얼마인지는 모르겠지만 살아가면서 조금씩 그 할당량을 채워가고 있을 것이다. 누구든지 즐겁고 기쁜 일만 계속되길 바라겠지.
사람이 참 간사한 게 내가 잘 나가고 상승세를 타고 있으면 운명이라는 게 전혀 두렵지 않고 자신 만만하다.
내가 조금이라도 일이 잘 안 된다 싶으면 내 운명이 궁금하고 이런 비운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알고 싶어지는 것이다.
프랑스 사는 친구가 7월쯤 한국을 방문할지도 모른다고 지난봄에 이야기했을 때
난 우리들이 만나는 자리에 남자친구를 데리고 가고 싶었고 결혼식은 어떻게 준비할 것이며 드레스는 어떤 걸 입을 것이고… 이런 수다를 떨게 될 줄 알았다.
나를 제외한 친구들이 모두 경험자이니까 드레스며, 메이크업이며, 폐백 등 만나서 사소하고 궁금한 것들을 물어봐야지 하고 기대하고 있었다.
그런데 웬걸, 남자친구가 심근경색일지도 모른다는 병원의 진단과 CT 촬영을 앞두고 있는 오늘 아침에는 결혼준비에 대한 기대가 모두 깨져버렸다.
어디서 결혼하든 무슨 드레스를 입던 아무런 관심도 감흥도 사라져 버렸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주 오랜만에 운동을 해야겠다며 배드민턴을 치고 난 후였다.
땀으로 범벅이 된 몸을 깨끗이 씻고 잠자리에 들 준비를 했으나 남자친구는 근육통이 온 것 같다며 쉽사리 잠을 들지 못했다. 그러면서 다리나 팔이 아닌 가슴에 근육통이 온 것을 의아해했다. 저녁을 먹고 바로 운동을 한 것이 원인일까 싶어 소화제도 먹어봤지만 먹먹한 통증은 가라앉지 않고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결국 날이 밝자마자 동네 병원으로 가서 진료와 피검사를 했다.
피검사 결과는 일주일 뒤에 나왔고 여러 수치들이 많이 안 좋으니 큰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아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바로 병원 알아보고 진료 예약하고 혈액검사, 심전도, 심장 초음파 검사를 마쳤고
오늘 CT 촬영을 하고 나면 모든 검사의 결과는 열흘 후에 알 수 있다. 자세한 내용은 결과를 들어봐야 알 수 있지만 단지 콜레스테롤이 높고 심장병 위험이 있으며 음식 조심하고 운동하면 좋아질 것이라는 의사의 조언에 그치지 않을 것 같다.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 수술이 필요할지 약물치료를 해야 할지 는 결과를 들어봐야 하겠고 수술까지 가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지금 바람이다.
지금의 남편이 된 남자친구는 협심증 진단을 받고 80%나 좁아진 심장의 관상동맥에 스탠트 시술을 받고 회복했다. 통증을 느끼자마자 동네 병원에 가서 초진을 받고 대학병원에서 시술을 받기까지 일사천리로 지체 없이 일이 진행되었다. 지나고 보니 정말 감사한 일이 아닌가 싶다.
어느 한 시점에 통증이 별거 아니라고 생각되어, 혹은 병원 진료를 바로 볼 수 없어서 시술을 제때 받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모르는 아찔한 순간이었다.
인생은 내가 무얼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여주고 있다. 그것이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세상사 새옹지마라고 길흉화복이 번갈아 오는 것 같이 어떠한 폭풍우도 끝이 나게 마련이고 화창하고 맑은 봄날도 바뀌게 되듯 모든 일에는 끝이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 너무 낙담하지도 너무 기뻐하지도 않고 중용을 지키며 정진해야 하는 것이다.
또 하나 어떠한 일들이 다가올지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저 담담히 그리고 당당히 지금 내가 처해진 상황을 직면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