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직을 갖고 싶다

꿈, 열정, 희망

by 향글

어릴 때는 작가가 되는 게 꿈이었다.

"글쟁이" 하면 돈 많이 못 번다고 다른 걸 골라보라고 말씀하시던 고모가 생각난다.

책 읽는 거 좋아하고 앉아서 끄적거리는 거 좋아하고... 그냥 작가가 되고 싶었다.

나이 들면서 보는 것이 많아지고 내가 좋아하는 것도 많아졌지만 그래도 쭉~ 글은 써왔었던 것 같다.

지금에 와서는 작가는커녕 내가 어제 읽은 책 내용도 기억 못 하는 한심한 노처녀가 되어버렸다.


꿈이 있었고 열정이 있었고 희망이 있었을 때는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지금은... 꿈은 잘 때나 꾸고 열정은 사그라들고 희망은... 가지려고 노력 중이다.

꿈, 열정, 희망이 사라지니 내 인생은 너무 재미 없어졌다.

나의 꿈은 뭘까? 내 열정은 어디로 갔을까? 나는 어디에 희망을 두고 있나? 일 할 때는 꿈, 열정, 희망이 한 가지로 모아져 멋진 "커리어 우먼" 이 되고 싶었다. 내일을 멋지게 폼나게 해보고 싶었다.

어떤 일이든 시작하면 매우 성실히 열심히 했고 아파서 몸을 가누지 못할 때도 일단 출근하고 보는 정말 바람직한 사원이었다.


일 좀 하다 보니 일 만으로는 내 꿈, 열정, 희망을 모두 만족시키기에는 모자랐다.

남자를 만났다. 마구마구 꿈이 생기고 열정 가득에 영원토록 같이 할 희망을 가졌다. 연애도 성실히 했고 남자친구에 맞추려고 애썼고 가끔씩 '나는 일보다 연애를 더 잘한다'는 자아도취에 빠지기도 했었다.


하지만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사람의 감정은 영원할 수 없다. 배신도 당해봤고 배신도 해봤고 미치도록 사랑하다가도 얼음보다 차갑게 사랑이 식는 것도 경험했다. 남녀 간의 사랑에는 영원이란 없다. 그래서 결혼을 하나보다. 아이러니하게도.

결론은... 일도 사랑도 내 인생을 채워 줄 수 없다.

그럼 어떤 것이...? 꿈, 열정, 희망... 너무 추상적인가?

지금 난 그것들을 잃어버린 듯하고 살아있는 것 같지 않다. 찾고 싶다. 내 인생을 채우고 싶다.


내가 가장 부러워하는 사람은 두 눈을 반짝이며 '다시 태어나도 이 일을 선택하겠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다.

아직 내 천직을 찾지 못해서 여기저기 엉뚱한 곳에 마음을 주고 방황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내가 평생 사랑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

돈 많이 벌어서 여유 있게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가 사랑을 바칠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평생 사랑할 대상을 사람으로 정하는 것은 좀 어리석은 일 같다. 사람은 변하기 때문에.

오래 살지 않았지만 여러 가지를 겪으면서 난 내 가치관과 관심사와 감정들이 변한다는 것을 알았다.

내 자신도 변하는데 하물며 다른 사람이 변하지 않으리라 기대하는 것은 큰 오산이다.

사랑할 대상이 부모님이 됐건 남편이 됐건 자식이 됐건 사람은 언젠가는 떠나게 마련이고 변하게 마련이고 내가 원하는 데로 제자리에 있어주지 않는다.

그래서 난 내가 하는 데로 그 대가를 가져다줄 내 천직을 원한다.

내가 노력하면 노력하는 데로 게으름 피우면 게으름 피우는 데로 내 자신을 발전시켜 주고 내 인생을 재정적으로 책임져줄 천직을 원한다. 결혼을 하든 안 하든 여자도 천직을 가져야 한다. 그 천직이 높은 학력을 요구하는 전문직이 됐건 일주일에 한 번씩 노숙자들에게 밥을 퍼주는 봉사활동이 됐건 내가 살아가는 이유를 주는 직업이 필요하다.

내가 매일 매일 평생을 일하는 직업이 될 수도 있겠지만 가끔 하는 봉사활동, 하찮은 집안일, 크고 작은 가족 간의 일 에서 내가 아니면 안 되는 일을 찾고 싶다.

그 천직이 무엇인지 찾는 순간에는 결혼서약을 하듯 검은 머리가 파뿌리 될 때까지 사랑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