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긴 습작의 시간 2부 : 홀로 사랑, 앓이는 성숙이다
[ 이별 ]
살아온 시간이 두렵기도 하다
가면 오고 오면 가는 그게 아니라
마주하는 인연들이 무섭게 한다
속내 모르는 타인이지만
인사치레 정도 나눌 수 있는
아량 정도는 베풀었건만
무정히 가버린 겨울 여인이여
오늘은 따스한 봄기운이
옷깃을 스치고 지나가지만
내겐 스산한 찬바람이 맴도는구려
할 말을 잊고 서서
허공을 쓸쓸히 허우적거리며
짤따란 인사도 못 함을 아쉬워한다
그리하여 순이의 형상을
지우개로 지울 수만 있다면
깨끗이 지워내고 싶어
만남을 위한 작별을 부르짖고 싶다
지난날 유양과의 이별처럼
정양과의 헤어짐이
조용한 안녕(安寧)이 되어 반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