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긴 습작의 시간 3부 : 가야 할 길, 순응의 길
[ 혹여 모르겠어요 ]
노을 한 아름 가만히 보듬고서
떠나가는 나그네의 옷섶이
파르르 떨림은 어인 까닭인가요
그저 그렇게 세태에 묻어가는
삶의 한 자락에 허한 마음 두고서
비껴가야만 하는 설움 아십니까?
눈길 저어 하소연도 부질없는
그런 연민이 애타는 정으로 남아
아련한 형상 속에 서성입니다
내키지 않는 어설픈 행보이기에
마치 죄인인 양 고개 떨구고서
눈물 어린 은혜 속에 머물렵니다
혹여, 비라도 하염없이 내리면
의지조차 버거운 사랑 얹고서
냉가슴만 쓸어내릴지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