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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

그 긴 습작의 시간 3부 : 가야 할 길, 순응의 길

by 김덕용



[ 향수 ]



떠나온 이들의 고향이 그러하듯이

마음 가득 푸른 꿈이 서리고

평야의 포근함을 즐거이 누리던

어린 시절 영원한 그리움의 터전이어라


어렵게 찾았건만 맞이하는 이 없고

쓰러져가는 초가만 푸념 없이 반긴다

마당엔 무심한 잡초가 살판났고

장독대엔 된장 내음 풍기는 듯하여

나는 포로가 되어 회상에 잠긴다


비바람으로 이엉엔 골이 파이고

마침내 사라져버릴 고가처럼

추억의 한 부분으로 자취만 남겠지만

말없이 이별 건네며 떠나던 날도

오늘이 있으리라 상상도 못 했었다


감회 깊은 정감에 젖어 돌아보는데

마치 엄니의 품속같이 자애롭다

부엌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지난 사연 여운으로 남기며 나설 때

굴뚝엔 연기가 뭉게뭉게 피어오른다


문득 말없이 배웅하는 둥지 같아

애틋함에 겨워 한참을 서성이고도

돌아서는 발길이 가볍지 않아

또다시 멈추고서 한동안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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