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긴 습작의 시간 3부 : 가야 할 길, 순응의 길
[ 심판 ]
스산한 바람이 살결 타고 일다
먹구름 일렁이어 진한 어둠을 뿌리고
뿌연 땅거미가 숨통을 조여왔다
맑고 포근한 햇살 저편으로
차곡차곡 가슴을 누르는
앞뒤조차 분간 못 할 저질스러움이
쓰라림도 모르게 아픔도 없이
은근히 시들어가게 한다
어차피 매몰차게 짓이겨질 일이라면
한 번쯤 돌이켜봄직도 하건만
가슴앓이 말 못 할 사연인 것을
어이하면 좋다더냐
지칠 줄 모르는 너의 모순이
아차 하는 순간에 돌이킬 수 없는
가증스러운 세 치 혀가 녹아나고
재미 붙인 짭짤한 미소도
당연히 여겨질 끼가 많은 처지로구나
풋내 날리는 허세가 색색이 드리워진
花蛇처럼 華奢한 유혹으로
어지러움에 버림받은 우상이여
이제는 참지 못할
시달리어 빛을 밝힐 정의의 사도로써
심장으로 치닫는 분노의 씨를
조곤조곤 들추어서 뿌리노라
질책을 위한 자체의 심판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