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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 할 길

그 긴 습작의 시간 3부 : 가야 할 길, 순응의 길

by 김덕용



[ 가야 할 길 ]



묵은 어깨를 털면

자유로운 움직임이 부산할까?

어제와 오늘은 하늘과 땅

무시되어버린 수 개월간의 작은 테두리에서

좁은 공간을 털고

속박된 몸뚱이를 조심스레 일으켜 본다


추구해야 할 천직이 무엇이라고

낙점을 찍어 밝힐 수 없음이

아직 설익은 과일처럼

풋내 날리는 미숙한 젊음 탓인가?


시선 둘 방향조차 모르면서

서둘러 재촉하는 어설픈 모양새가

바보스러워 보기 흉하고

그렇다고 가르쳐주는 이도 없는 이 마당에

그대로 주저앉아

푸념만 털어놓을 수도 없음이

앞으로 가는 것만 못하지 않을까?


잡다한 만물상 진열대같이

틈새기도 없는 온갖 일거리 중에

이거라 못함은 무슨 연유일까

양손에 힘을 몰아 쥐는 뿌듯한 체온도

여태껏 못 느껴 보았던 것은

후련하리만치 가벼운 몸놀림이

좀처럼 기회를 얻지 못하였기 때문일까


그 전날에 하다 멈춘 수습일랑

계속할 수 있는 디딤돌을 마련하고자

끼우뚱거리는 걸음걸이 가지런히 모으고

어느 골에나 있을 흔한 잔일들을

살그머니 해치우고 사라지는

뜨내기 청춘이라도 좋다


지나온 뒤안길 모퉁이에서

회심의 미소 짓는 얼굴 볼 인생길이

여기 이 터전으로부터 가야 할

나의 길이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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