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긴 습작의 시간 3부 : 가야 할 길, 순응의 길
[ 무엇이 되어 ]
무엇이 되어 이 자리에 설까?
참다운 내 모습도 모르면서
거짓부렁이 허울만 감싸는
가련한 꼴이 몹시 보기 흉하구나
감칠맛 나는 추악한 독선이
가을날 비 온 뒤의 안갯속 같아서
분간조차 못 할 써늘함이라
그저 씁쓸히 미소로 대신한다
함부로 마주할 수 없는 체면들이
양심보다 거칠게 날뛰고
하나둘 그 이상으로 나아가는
조잡하리만치 엉성한 허영을
저 거울에 비추어 보아라
누구이냐고 의아해하기 전에
자신을 떳떳하게 만들어 보지 않을래
하나뿐인 육신의 영혼을
조금 더 건실하게 가꾸어 보렴
웃음을 모르는 어두워진 가슴에
후회 없는 오직 한마디
이것이 나의 전부라고
조금 치의 가식도 없이 밝힐 때
한 걸음 두 걸음
이마엔 땀방울 송알송알 솟아나고
부끄러워 않을 밝은 얼굴에
환한 기쁨이 어우러져 춤을 춘다
그래 이제 알았구나
무엇이 되어 이 자리에 설까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