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이 사탕을 전해줄 상황은 생각보다 이르게 찾아왔다.
도민은 평소처럼 일자리를 찾아 인터넷 세상을 떠돌고 있었다. 이제는 어느 곳이라도 이력서를 넣어야 할 시기였기 때문이었다. 도민은 휴대폰 메모장을 켜서 현재 자신의 상황을 적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서울권 4년제 대학교 졸업
전공 관광경영학과
ROTC 전역
컴퓨터활용 자격증 2급
포토샵 자격증 /급
대외활동 2회
토익 800점
한국사 능력 검정시험 1급
자신의 현 상황을 정리한 도민은 자신의 특별할 것 없는 스펙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노력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열심히 산 것 같지는 않은 도민의 과거는 그를 남들이 말하는 대기업으로 이끌어 주지 못할 것을 직감했다. 현재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그나마 전공을 살릴 수 있는 직업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생각한 도민은 몇 군데의 여행사를 찾기 시작했다. 직업군을 선정하니 이력서를 넣을 회사를 찾는 것은 생각보다 수월했다. 몇 군데 회사를 추려냈고, 이력서에 들어갈 자기소개서를 작성해 가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쓰는 자기소개서에는 자신이 진심으로 여행사에 관심 있다는 듯이 작성하였는데, 이는 쉬운 듯하면서도 작성하는 도민 자신에게 의구심을 품게 했다. 하지만 그렇다 한들 달리할 수 있는 일이 없었기에 '막상 가보면 할만하겠지.'라며 자신을 속이며 소설을 써나갔다. 2시간가량 자신을 홍보하는 글을 쓴 도민은 바람을 쐬기 위해 잠깐 밖을 나셨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공동현관문을 나서자 골목에서 돌아 들어오는 아이를 만났다. 아이는 이번에도 도민에게 90도로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아저씨.”
“어 안녕. 잘 지냈니?”
“네. 잘 지냈어요.”
약간의 어색한 정적이 흐르던 그때 관리인 할아버지가 휴게실에서 나와 아이를 반겨주었다.
“승우 왔구나. 얼른 들어가렴. 301호 청년도 있었네. 아 여기는 승우라고 803호 살아. 내가
얘 집에 돌아올 때마다 문을 열어주고 있어. 내가 요즘 승우 챙기는 맛에 살아.”
“감사합니다. 할아버지.”
“그래그래. 얼른 가서 쉬렴.”
“네.”
“301호도 올라갈 건가? 그런 거면 승우랑 같이 엘리베이터 좀 타 주겠나?”
“네 뭐. 그러죠.”
도민과 아이는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할 때까지 단 한마디도 나누지 않았다.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하자 그제야 아이에게 주려고 사둔 사탕이 생각났고, 도민이 아이에게 말을 건냈다.
“저기 승우라고 했나?”
“네. 맞아요.”
“혹시 사탕 좋아하니?”
“사탕 좋아해요. 근데 엄마가 많이 먹으면 이 썩는다고 잘 안 사주세요.”
“그래? 그럼 혹시 아저씨가 사탕 줘도 안 먹으려나?”
“이상한 사람이 먹을 거 주면 먹지 말라고 배웠어요.”
“어... 그러니?”
“근데 아저씨는 전에 문도 열어줬고, 할아버지랑도 친해 보이니깐 괜찮아요.”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다.. 아저씨 집은 3층이니깐 잠깐 기다리면 얼른 가지고 내려올게.”
“네. 알겠어요.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게요.”
“그래.”
도민은 자신을 들었다 놓았다 하는 아이의 똑 부러지는 언변에 다소 놀랐지만, 얼른 자신의 집에서 사탕 2개들 들고 내려왔다.
“자 여기 사탕.”
“감사합니다. 근데, 사탕은 왜 주세요?”
“음.. 그냥 전에 유치원에서 아저씨 만났잖아. 그때 승우가 아저씨 도와줬어.”
“전 한 게 없는걸요.”"
도민은 진지하게 고민한 후 대답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며 웃음을 보이고선 답했다.
“그냥 승우 덕분에 아저씨가 기분 좋아졌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