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돌아온 아이는 사탕을 빤히 바라보다 식탁 위에 올려두었다. 3층에 사는 아저씨가 왜 자신에게 고마워하는지 이해하지 못했지만, 엄마에게 자랑할 거리가 생겼다는 것에 웃음이 새어 나왔다.
아이는 화장실에서 손을 씻고선 식탁에 앉아 비닐에 싸인 그릇을 벗겼다. 그릇에는 겉이 말라 윗부분이 살짝 갈라진 왕만두가 담겨 있었다. 만들어 둔 지 5시간을 훌쩍 넘은 만두였기에 당연히 식어있었고, 아이는 이런 상황이 익숙한 듯 만두에 약간의 물을 뿌려 전자레인지에 돌렸다. 2분이라는 시간 동안 방안은 전자레인지가 돌아가는 소리만이 가득했다. 전자레인지는 '띵' 소리와 함께 2분이 지났음을 알렸고, 그릇을 조심스레 식탁으로 옮겨 왕만두를 먹기 시작했다.
오늘은 왕만두였지만, 어떤 날은 딸기잼이 발린 식빵이 그릇에 놓여있기도 했고, 또 어떤 날은 유부초밥이 놓여있기도 했다. 아이가 유치원에서 돌아온 후 매일 먹는 간식은 바쁜 엄마가 아침마다 챙겨두고 가는 것으로, 퇴근하기 전까지 배고플 아이를 위해 엄마가 출근 전 만들어 두는 음식이었다. 메뉴가 종종 겹치긴 했지만, 아이는 이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지는 않았다.
몇 시간 후, 복도에서 도어락이 들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소파에 누워있던 아이는 귀를 쫑긋 세워 엄마가 들어오는 것을 인지했다. 아이는 현관으로 달려 나가 엄마에게 안기고 싶었지만, 매일 같이 엄마와 하는 장난을 치기 위해서 꾹 참고 누워있었다.
“우리 승우 자니?”
엄마는 아이를 부른 후 대답이 없자 자연스레 소파로 향했다. 아이의 두 눈은 억지로 꼭 감고 있어 미간이 찌푸려져 있었지만, 엄마는 모른 척하며 아이 앞에 서서 능글맞게 이야기했다.
“아 승우 자는구나. 엄마가 오늘 우리 승우 좋아하는 피자 사 왔는데, 승우가 자고 있어서 엄마 혼자 먹어야겠네.”
아이는 당장이라도 일어나고 싶었지만, 꾹 참으며 버렸다. 엄마가 '항복'이라고 외치기 전까지, 눈을 뜨지 않는 것이 아이가 장난에서 승리하는 방법이자 규칙이기 때문이었다. 평소였다면 못 이기는 척 엄마가 져주었겠지만, 오늘만큼은 엄마도 그럴 생각이 없어 보이는 듯했다.
“음 피자도 그냥 피자가 아니라 승우가 제일 좋아하는 고구마 피자인데, 이걸 어쩌지.”
엄마가 피자 박스를 열어 아이의 코앞까지 들이대자, 코를 움찔거리던 아이는 결국 포기하며 소파에서 일어났다.
“항복! 나도 피자 먹을래요!”
“아이고, 아까워라. 엄마 혼자 다 먹을 수 있었는데. 승우가 일어났으니 같이 먹어야겠는걸.”
“와 고구마 피자다! 엄마 최고!”
아이는 엄마를 꼭 안아준 후 피자 박스를 받아 들고선 식탁으로 뛰어갔다. 엄마는 그런 아이의 모습을 보며 귀엽기도 하면서, 자신을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었을 아이에게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아빠가 없이 살고 있음에도, 아빠 한번 찾지 않고 외려 엄마에게 힘을 불어넣어 주는 아이를 보며 너무 일찍 철이 들어버린 건 아닌지 하고 걱정하는 엄마였다. 그래서인지 오늘같이 아이다운 해맑은 모습을 보면 엄마는 괜스레 행복해졌다.
“피자 맛있당. 아 엄마, 근데 나 오늘 3층 아저씨한테 사탕 받았어요.”
“응? 3층 아저씨가 왜 승우한테 사탕을 줬지?”
“모르겠어요. 갑자기 나한테 고맙다고 주셨어요.”
“그래? 뭐가 고마웠을까?”
“근데 나도 아저씨한테 고마운 거 있어요.”
“승우가?”
“네. 저번에 유치원에서 돌아왔는데, 할아버지가 없어서 못 들어가고 있었거든요? 근데. 3층 아저씨가 나 문 열어줬어요.”
“착한 아저씨네. 감사하다고 말씀드렸어?”
“네! 감사합니다. 하고 인사했어요, 아 그리고 저번에 유치원 앞에서도 아저씨 봤어요.”
“아저씨가 유치원에는 왜?”
“음.. 저 보려고 온 건 아닌 것 같았어요. 아저씨는 그냥 길에 서 있었는데. 내가 먼저 인사했거든요.”
“누굴 닮아 이렇게 인사성이 좋아 우리 승우는?”
“엄마!”
“아이구 내 새끼. 그래도 승우야. 혹시 모르니깐 다음부터는 모르는 아저씨한테 먼저 다가가
면 안돼요. 알았지?”
“모르는 아저씨 아니라 만난 적 있어서 인사했어요.”
“알지. 알지. 그래도 혹시나 모르니깐 다음번에는 3층 아저씨 말고 다른 아저씨한테는 그러면은 안돼.”
“알겠어요. 엄마.”
아이가 친화력이 좋다는 것을 유치원 선생님께 들었지만, 늘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깜짝깜짝 놀라곤 했다.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을 때, 다행히 3층에 사는 남자가 수상한 사람은 아닌 듯했지만. 혹시 모르니 다음번에 감사하다고 인사도 할 겸, 만나보아야겠다고 생각하는 엄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