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21. 작은 나라에서 큰 세상을 보는 방법

"어떻게 전국에 비가 와?"

by 사랑 머금은 햇살

외국계 회사에 근무하며, 저는 나라의 크기와 문화적 다양성이 사고방식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외국인 동료들을 보며 느낀 적이 많았습니다. 그중 하나는 샌프란시스코 출장 중에 있었던 일이었습니다.


수년 전 여름, 나는 출장 차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었다. 길기만 했던 하루 일정을 마치고, 전 세계에서 모인 동료들과 저녁 식사를 하게 되었다. 테이블 위에는 국적이 다양한 음식들이 올려져 있었고, 나는 무심코 같은 테이블에 앉은 외국인 동료들에게


"한국은 지금 장마철이라 전국적으로 비가 오고 있어."라고 말했다. 그러자 미국인 동료가 놀라며 물었다.


How can it rain all over the country? (“어떻게 전국에 비가 와?”)


그 옆에 있던 중국인 동료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Well, Korea is very small. It is not like China or America.” (한국은 작은 나라거든. 미국이나 중국과는 달라.)


아. 그렇지. 이들의 나라에서는 전국적으로 비가 올 수가 없지. 그들의 넓은 국토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지. 한 나라에 봄, 여름, 가을, 겨울이 공존하니까.



"Next Wednesday, I have a meeting in New York. On Thursday, I'll be in Atlanta." (다음 주 수요일에 난 뉴욕에서 미팅이 있어. 목요일은 애틀란타에서.)

미국 동료가 내게 이렇게 말했을 때, 나는 잠시 멍해졌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뉴욕이면 5시간은 날아가야 한다. 그리고, 뉴욕에서 애틀란타면 비행시간만 2시간은 걸린다.


"어휴. 피곤하겠네."

"피곤하긴 뭐. 목요일 저녁에는 샌프란시스코로 돌아와야 해. 뉴욕은 늘 복잡하고 교통체증도 심하고, 또 도시 전체가 바쁘게 돌아가니까 짜증 날 때도 있어. 그래도 뉴욕은 갈 때마다 뭔가 새롭고 특별한 기분이 들긴 해. 애틀란타는 뉴욕보다 훨씬 조용하고 여유로운 분위기고, 남부 특유의 따뜻하고 친절한 사람들이 많아서 기분이 좋지. 다만 여름엔 덥고 습하긴 한데, 뉴욕보다 덜 복잡해서 난 좋아."


'우리로 치면, 필리핀 가서 회의하고, 다음날 베트남 가서 회의하고, 그날 저녁에 서울로 돌아오는 거네. 근데, 얘네들은 이게 국내 출장이구나.'


한국의 크기는 미국, 중국 국토 면적의 1/100에 불과하다. 국토 크기의 차이는 단순한 숫자를 넘어, 사고방식과 삶의 방식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분명해 보였다. 대화를 하면 할수록.


미국이나 캐나다처럼 국토가 넓어서 주마다 법과 관습이 다르거나, 이민자도 많아 복수의 공용어를 사용하는 환경은 자연스럽게 다른 문화에 대한 개방적 태도를 익히게 된다. 또한, 국토가 넓다 보니 자원이나 기회가 많고 이동성이 높아 실패를 크게 두려워하지 않는 듯했다. 실패를 학습과 성장의 일부로 받아들이며, 오히려 다시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이기 때문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문화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국토가 작고 따라서, 단일한 문화가 뿌리 깊은 나라에서는 새로운 환경이나 낯선 것에 대한 경계심이 강해지고, 익숙한 것을 선호하는 사고방식이 형성될 수 있다. 작은 나라에서는 자원 또한 제한적이기 때문에 실패가 자원의 낭비로 여겨질 때가 많고, 이에 따라, 한 번 실패하면 회복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안정적인 선택을 선호하게 된다. 그래서, 한국인들이 명문대와 의사, 대기업에 매달리는 것인지도 모른다.


게다가, 한국은 동일 언어와 음식을 공유하며 단일한 민족적 배경을 가진 환경 속에서 형성된 집단주의적 사고가 강하다. 이러한 특징은 공동체 의식을 높이고 단합을 중시하는 장점도 있지만, 동시에 다른 문화와 환경에 대한 노출이 제한되면서 상대방이 나와 다를 수 있음을 존중하지 않고, 시야가 좁아질 가능성도 높을 수밖에 없다.



벼룩은 자기 몸 크기의 100배를 뛸 수 있지만, 작은 상자 안에 갇히면 상자의 높이 이상으로 뛰지 못하듯, 우리의 환경이 아이들의 사고를 제한한다면 아이들은 더 넓은 세상을 보지 못할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이런 '상자'에 갇히지 않도록, 부모는 아이들이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할 수 있게 상자의 뚜껑을 열어줘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그 '뚜껑'을 여는 열쇠는 무엇일까? 좁은 국토를 넓히거나, 해외로 떠날 수는 없는 일이니 말이다.


그 첫 열쇠는 바로 듣고 말하는 외국어일 것이다.


인터넷 자료의 60% 이상은 영어로 작성된 반면, 한글 자료는 0.6%에 불과하다. 이는 인터넷의 콘텐츠뿐만 아니라 과학적 연구나 학문적 출판물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당장 아이들이 좋아하는 유튜브만 해도, 영어와 한국어 동영상을 모두 자유롭게 보는 아이들은 더 다양한 정보와 시각을 접하며 사고의 폭을 넓힐 수 있다. 아이들이 자유롭게 영어 콘텐츠를 활용할 수 있다면, 전 세계의 방대한 정보와 기회를 손쉽게 접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언어를 넘어 사고의 지평을 넓히는 중요한 도구가 될 것이다.


비록 우리의 환경이 아이들의 사고를 제한할 수 있지만, 외국어는 그 한계를 뛰어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단, 그 외국어는 "언어"로써의 외국어이다. 입시용 말고.


싱가포르는 영어를 공용어로 삼아 세계와 연결되며 ‘아시아의 허브’로 성장했다. 우리도 이제, 시험을 위한 외국어가 아닌, 듣고 말하는 외국어 교육을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정부, 부모, 선생님 모두.




* Eiffel Tower의 정확한 발음이 뭔지 아시나요? '에펠 타워' 아닙니다. 못 알아듣습니다. 또, 한자 "天"의 중국어 발음은 무엇일까요? '천' 아닙니다. 우리 아이들은 2번 공부하지 않아도 되기를 바랍니다. [아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현지에서 사용되는 발음을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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