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22. 1위 : 빠진 이빨 실종 사건

가족 10대 뉴스 선정 방법

by 사랑 머금은 햇살

매년 12월 31일, 우리 가족은 한 해를 돌아보며 ‘10대 뉴스’를 선정합니다. 처음엔 단순한 놀이처럼 시작했는데, 이제는 연말이 되면 자연스럽게 온 가족이 모여 한 해를 정리하는 작은 의식처럼 자리 잡았습니다. 우리 가족만의 특별한 연말 전통, 그 속에 담긴 추억과 웃음, 그리고 함께한 소중한 시간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한해의 마지막날, 아이와 함께 머리를 맞대고 뉴스 리스트를 만들다 보면 예상치 못한 순간들이 떠오른다. 부모가 중요하다고 여겼던 일이 아이에게는 별것 아닌 일로 취급되기도 하고, 반대로 아이에게는 엄청난 사건이었던 일이 부모에게는 그냥 지나가는 하루였을 수도 있다.


그렇게 서로의 시선이 교차하며, 각자의 기억을 공유하는 시간. 이 과정 속에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아이에게 어떤 일이 가장 의미 있었는지를 알게 된다.


2024년 12월 31일. 어김없이 작년처럼 난 아내와 딸과 함께 한 해 동안 기억나는 뉴스들을 뽑아보기 시작했다. 나는 당연히 내가 목 디스크로 병원에 입원했던 일이 1위일 줄 알았다. 병원에 거의 가지 않는 내가 입원까지 할 정도였으니... 그 정도면 우리 가족 역사에 남을 대형 사건 아닐까.


그런데, 딸은 별 감흥이 없는 듯했다.

“아빠는 병원 가서 TV 보고, 낮잠 잤잖아?” 내 병실에 아이가 엄마 손을 잡고 찾아왔을 때 난 자고 있었다. 다인실이 없어서 할 수없이 커다란 TV가 있던 1인실에서 진통제 주사 계속 맞고 약기운에 자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아빠가 무슨 리조트에서 쉬고 있는 것처럼 보였었나보다.


'이럴 수가. 그럼 도대체 뭐가 1위라는 거야?'


“나 밥 먹다가 이빨 빠졌잖아! 그리고 그 이빨 삼켜버렸잖아!! 이게 1위여야지.”




아, 맞다. 작년 초 아이의 앞니 하나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맨날 손으로 붙잡고 흔들길래, “그러다 갑자기 빠질 수도 있어”라고 했었는데... 어느 날 저녁, 밥을 먹다가 결국 사단이 났다.


밥 먹다 말고 갑자기 작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했다.

"아빠, 나 이빨 빠진 거 같아."
나는 반사적으로 아이 입을 들여다보았다.

"뭐? 근데... 이빨 어디갔어?"



빠진 이가 입안에도 없었고, 식탁 위에도, 바닥에도 없었다.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나는 뻔한 결론에 도달했다. "아이고. 너 밥 먹다가 삼켰구나." 아이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었다.


그래. 이게 참 올해의 가족 뉴스 1위 감 맞다. 결국, ‘빠진 이빨 실종 사건’이 우리 가족의 10대 뉴스 1위에 올랐고, 내 입원은 뒤로 밀려났다. 집보다 더 큰 TV가 있는 병실에서 쿨쿨 자고 있었던 바람에.


그 외 top 10 순위에 든 news로는 자기가 처음으로 파마하고 브리지 염색한 것, 홍콩 디즈니랜드 가서 미키마우스하고 사진 찍은 것 등이 있었다. 아. 산수 시험에서 생전 처음 90점 받은 것도 있었구나.


결국 10대 뉴스의 70%는 아이 이야기, 나와 아내의 사건은 고작 병원 입원정도가 뉴스가 됐다. 순위를 정하는 것은 온전히 아이의 권한이니까. 우리는 그저 기억나는 일들을 나열할 뿐, 순위는 아이의 눈에 비친 ‘중요도’에 따라 결정된다. 그리고 발표의 순간, 아이는 마치 시상식처럼 직접 리스트를 정리하고 발표를 한다.


내 아이의 기억에 한 해 동안 무엇이 인상 깊게 남았는지 알 수 있는 시간이다. 해가 거듭될수록, 아이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들이 변해간다. 그 변화를 지켜보는 것이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이제는 ‘우리 가족 10대 뉴스 만들기’가 연말을 마무리하는 공식 절차가 되었다. 한 해 동안 함께 겪은 일들을 돌아보며 웃고, 반성하고, 때로는 감동받기도 한다. 무엇보다, 이 시간을 통해 가족이 함께 공유한 순간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깨닫는다.


가족의 10대 뉴스, 이렇게 만들어보세요!


이 10대 뉴스 선정 과정은 간단합니다. 준비물은 아빠, 엄마, 아이. 그리고, 종이와 펜, 스마트폰 속 사진들.


1. 먼저, 한 해 동안 기억나는 일들을 쭉 나열합니다. 몇 개든 상관없어요.
-가족의 추억을 떠올리며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시간이 됩니다. 10개가 넘으면 20개라도 괜찮아요. 중요한 건 숫자가 아니라, 함께 추억을 되새기는 과정입니다.


2. 다음으로, 각자 생각하는 ‘순위’를 정합니다.
- 순위 최종 결정은 아이에게 맡겨보세요.
- 부모와 아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이 다를 수 있는데, 그 차이를 발견하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3. 그리고 요즘은 클라우드 기반의 무료 도구들이 많아, 이런 작업을 더 쉽고 재미있게 할 수 있어요.
- 우리 가족은 ‘Canva’라는 무료 디자인 도구를 이용합니다. 뉴스에 사진도 추가할 수 있어요.

- 사용법이 직관적이라 아이도 쉽게 쓸 수 있어요. 관심 있는 분들은 검색창에 ‘Canva’를 입력해 보세요.


4. 마지막으로, 이렇게 완성한 10대 뉴스를 출력해서 아이 방이나 냉장고 문에 붙이면 끝!
- 가족이 함께 보며 추억을 되새기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습니다.


우리 가족의 10대 뉴스들은 아이가 내 품을 떠나기 전까지 매년 꾸준히 남겨두려 한다. 언젠가 이 기록들을 예쁘게 책자로 만들어 선물할 생각이다.


"딸, 네가 언젠가 아빠처럼 멋진 신랑감을 데리고 오면 아빠가 이 기록들을 책자로 이쁘게 만들어서 선물해 줄게."


"정말?"


그 말을 들은 아내가 갑자기 입을 뗀다.


“얘야, 넌 꼭 착한 남자하고 결혼해야 해.”


그러면서 날 힐끗 쳐다본다. 이 말이 뭘 의미하는지, 눈치 빠른 우리 아이는 다 안다.


에효, 이렇게 또 아빠의 한 해가 지나갔다.




* 50대 늦둥이 아빠의 육아와 교육 이야기는 계속됩니다. 사랑하는 아이와 즐거운 설날 연휴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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