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맨? 클락 켄트!

by 장발그놈

"아빠! 저 아저씨, 슈퍼맨 맞죠?"

아이의 작은 손가락이 건너편 거리의 한 남자를 가리켰다.

아빠는 화들짝 놀라 아이의 입을 손으로 막았다.

"쉬잇! 클락 켄트 씨는 슈퍼맨이 아니야. 그냥 신문사에 다니는 평범한 회사원이란다."


하지만 아이는 여전히 눈을 가늘게 뜨고 남자를 뚫어지게 바라봤다.

"근데 아무리 봐도 슈퍼맨 아저씨가 맞는걸?

머리를 내리고 안경을 써도, 어깨를 움츠려도... 딱 보면 알아!

저 아저씨는 슈퍼맨이 맞아!"


거리 건너, 클락 켄트는 분주한 인파 속을 느릿하게 걷고 있었다.

어깨에는 낡아 보이는 가죽 가방이 걸려 있었고,

셔츠 주머니에는 펜이 두어 개 꽂혀 있었다.

두꺼운 뿔테 안경을 가볍게 밀어 올리고,

인파 속에 휩쓸려 가는 듯한 모습은 정말이지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하지만 아이의 눈에는,

그 직장인의 어깨 너머로 금방이라도 푸른 망토가 휘날릴 것 같았다.


아빠는 주위를 재빨리 살피더니 아이의 손을 꼭 잡고 근처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휴~ 이 정도면 안 들리겠지?

얘야. 어디 가서도 그런 말은 절대 하면 안 돼."


아이의 눈을 똑바로 바라본 아빠의 목소리는 낮고 단호했다.

"뉴욕 시민들뿐만 아니라, 이 지구에 사는 모든 사람이 클락 켄트 씨가 슈퍼맨이라는 걸 알고 있어.

그런데도 아무도 아는 척하지 않는 이유가 뭔지 아니?"


아이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궁금증이 얼굴에 가득 번졌다.

"아빠, 왜요? 그냥 슈퍼맨으로 있으면 안되요?"


아빠는 잠시 숨을 고르며 아이를 바라봤다.

한쪽무릎을 굽혀 아이와 시선을 맞추고, 조용히 어깨위에 손을 올리며,

"슈퍼맨도 다른 사람들처럼 쉬어야 해. 계속 싸우기만 하면 마음도 지칠 수 있거든.

만약 그가 너무 힘들어서 쓰러지면... 우리를 지켜줄 사람도 없어지는 거야."


아빠는 잠시 말을 멈추고 창문 너머 거리를 바라봤다.

자동차 경적 소리, 코끝을 스치는 커피 향, 어디론가 바삐 걸어가는 사람들...

이 평범한 일상이 유지되는 이유를 아이가 조금이라도 느끼길 바랐다.

"빌런들도 슈퍼맨 없는 세상을 원하지는 않는단다."


아빠의 목소리가 한층 낮아졌다.

"그가 사라지면 빌런들끼리 서로 싸움이 터지고,

외계에서 오는 나쁜 녀석들을 막아줄 사람도 없어져.

그런 세상에서는 빌런들조차 오래 버티지 못할꺼야"


아이의 눈이 점점 커졌다. 손가락이 무의식적으로 옷자락을 꼭 쥐었다.

"그래서 빌런들조차도 그의 정체를 모르는 척 하는 거야. 그게 바로 불문율이란다."


아빠의 말이 끝나자, 아이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입술이 살짝 달싹였지만, 끝내 말을 꺼내지 않았다. 대신 창밖을 바라봤다.

바깥에서 클락 켄트가 다시 안경을 밀어 올렸다.


그 순간, 그는 아이와 눈이 마주치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클락 켄트의 미소에는 안도가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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