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어회

by 장발그놈

“여기 회, 진짜 끝내준다니까.”


중년 남자가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

옆자리에 앉은 여성이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며 회 한 점을 집어 입에 넣었다.

“음... 살은 이빨을 밀어낼 정도로 탄력있는데,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올라오네요.”


남자는 그 말에 흡족한듯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역시 주방장 실력이 최고라니까!

내장은 완벽하게 정리됐고,

살점을 얇게 발라놨는데도

눈은 껌뻑이고, 입은 꿈틀거려.

이거 젓가락도 물 수 있겠는데?”


그 말이 끝나고, 남자가 젓가락 끝을 입에 가져다댔다.

순간 입이 움찔하며 짧지만 날카로운 이빨이 젓가락 끝을 스치며 ‘딱’ 하고 부딪혔다.

그 모습에 남자가 낮게 웃었다.

“봐, 내가 뭐랬어. 엄청 신선하다니까.”


그때, 접시 한쪽에서 머리가 그들을 바라보듯 눈동자를 천천히 깜빡였다.

다른 한 남자가 한 부위를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 썰어놓은 부분을 봐. 아직 움찔대고 있어.

이렇게 살아있는 듯한 회는 정말 오래간만이야.”


그 말에 중년 남자가 손을 들어 주방장을 불렀다.

“셰프, 이리 좀 와봐요.”


검은 앞치마에 덩치가 큰 주방장이 남자에게 다가갔다.

남자가 지폐 몇 장을 주방장에게 내밀며 잔을 채웠다.

“정말 대단한 솜씨에요.”


주방장은 그 모습에 잠시 머뭇거리더니, 주머니에서 작은 유리병을 꺼냈다.

황록색 액체가 묘하게 흔들리는 작은 병.

“그럼 특별히... 쓸개주 한 잔 드리겠습니다.

오늘 잡은 놈 겁니다. 이게 남자한테 그렇게 좋다지요.”


잔에 따라진 액체는 비릿한 향을 퍼뜨렸다.




잔이 몇 번이고 돌았다.

식탁 위에는 알코올과 묘한 향이 퍼졌다.

접시 위 남아 있는 살점들이 미약하게 꿈틀거렸다.

“움직임이 멎기 전에 한 점 더 하자고. 건배!”


잔이 부딪히는 소리가 유난히 날카롭게 울렸다.

그 순간, 머리 부분의 한쪽 뺨이 경련하듯 떨렸다.

식사가 끝났다.

계산대 앞에서 한 남자가 카드 단말기에 손을 올렸다.

“오늘은 내가 살게! 여기 계산이요!”


점원이 태블릿을 확인하며 고개를 숙였다.

“네, 손님.

오늘 드신 건, 소주 2병, 사케 1병,

그리고...

25년 사육된 인간 수컷 1구 드셨습니다.

감사합니다.”


그 짧은 점원의 대답이 식당 내부에 울렸다.

그러나 손님들은 아무렇지 않게 영수증을 받아들고 돌아섰다.


그들이 식당을 빠져나오는 순간,

간판 조명 아래 감춰졌던 그들의 진짜 모습이 스르륵 드러났다.

눈동자는 세로로 길게 찢어져 있었고,

네 개의 손가락은 매끈하게 휘어져 있었다.

입술 사이에서는 세 갈래로 갈라진 혀가 기어 나오다,

혀끝이 서로 부딪히며 미묘한 습음을 냈다.

살짝 번들거리는 피부 아래로 미세한 체액이 빛을 받아 번들거렸다.

그들은 조용히 거리 속으로 사라졌다.




식당안 남겨진 테이블 위,

아직 치우지 못한 접시와 젓가락 틈에서

고기는 이미 벗겨졌으나, 얼굴은 그대로였다.


눈동자가 천천히 껌뻑이고,

입은 꿈틀거리며 무언가를 말하려 하는 듯 열렸다 닫혔다.

그러나 그 소리는 끝내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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