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호

by 장발그놈

천 년의 세월 동안

그녀는 끝없는 수련과 고통을 견뎌왔지만,

인간이 되는 것은 여전히 먼 꿈처럼 느껴졌다.


인간의 모습을 완벽히 흉내 낼 수 있었고,

둔갑술로 꼬리를 숨길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그녀의 갈망을 채워주지는 못했다.

"왜 나는 이렇게까지 인간이 되고 싶어 하는 걸까?"


그녀는 자신에게 묻곤 했다.

인간들의 세상은 그녀에게 매력적이었다.

그들은 서로를 사랑하고, 싸우고, 웃고, 울며 살아갔다.

그 모든 감정과 관계는 구미호가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녀의 삶은 그저 끝없는 고독과 욕망의 되풀이였다.

"구미호인 채로 인간 세상에서 살아갈 수도 있지 않을까?"


그녀는 스스로를 설득해 보려 했지만,

마음 한구석의 공허함은 채워지지 않았다.

인간이 되지 못한 채 그들과 함께 살면 결국 정체가 발각될 것이다.

발각된 순간, 모든 것은 무너져 내리고,

그녀는 다시 숲으로 도망쳐야 할 것이 분명했다.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은 뭘까?"


구미호는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그녀는 인간처럼 살아가고,

그들과 진정한 연결을 맺고 싶었다.


무엇보다도...

사랑받고 싶었다.


하지만 사랑은 인간의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

구미호로서 사랑을 받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녀의 존재는 사람들에게 두려움을 안길 뿐이었다.

"나는 그저 내가 무엇인지 잊고 싶을 뿐이야."


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중얼거렸다.

구미호로 태어난 것 자체가 그녀의 운명이었지만, 운명은 잔인했다.

인간이 되고자 하는 노력은 그녀에게 무언가를 찾으려는 시도였는지도 몰랐다.

아홉 개의 꼬리는 그녀가 누구인지 증명하는 상징이었지만, 동시에 그녀의 저주이기도 했다.

"나는 요술이나 둔갑술을 사용 못하게 될지라도 구미호가 아닌 인간이 되고 싶어. "


그녀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욕망과 고독, 그리고 끊임없는 실패가 그녀를 짓눌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포기할 수 없었다.


천 년 동안 반복된 실패를 곱씹으며 구미호는 천천히 일어섰다.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고 믿으며, 다시 한 번 인간이 되기 위한 여정을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이번에는 진정한 답을 찾을 수 있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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