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

by 장발그놈

요즘 세상이 너무 많이 변해서 답답할 거야.

한때는 모래밭 한가운데에 서기만 해도 가슴이 두근거렸겠지.
적막한 밤,
달빛 아래서 샅바를 단단히 조이고 힘 좋은 상대를 마주할 때의 짜릿함.

모래바닥의 서늘한 촉감이 발바닥을 간지럽히고,
순간 몸이 붕 떠오를 때의 긴장감.

두 손에 땀이 밸 정도로 꽉 쥐고 버티다가,
결국 상대를 메쳐 버릴 때 터지는 쾌감.

한 판의 씨름에 세상을 다 가진 듯한 기분이었을 거야.
밤이면 밤마다 샅바를 매고 기운 넘치는 상대와 붙어서
온 힘을 다하는 즐거움이 얼마나 컸을까.

그런데 지금은,
그 시절을 추억하며 씨름 상대를 찾아도
이제는 모래밭조차 찾을 수 없어.

규칙을 아는 사람도 드물고,
샅바를 허리에 감아 본 아이조차 찾아보기 힘들어.
한숨을 쉬며 놀이터 모래사장을 찾았더니,
거기엔 색색의 미끄럼틀과 부드러운 바닥이 깔려 있더라.
위생 문제가 있어서 모래를 없앴다고 하더군.
다치는 아이들이 줄어든 건 알겠지만,
그 모래 위에서 힘껏 상대를 넘어뜨리던 감각은 어디서 찾겠어.

발을 디딜 때마다 푹신푹신한 그 바닥은,
네가 기억하는 모래의 감촉과는 너무도 다르겠지.

게다가 놀이터 구석에서 담배 피우는 아이들까지 보고는 얼마나 황당했는지...
화가 나서 "이놈들!" 하고 소리치며 주먹을 번쩍 치켜들었더니,
녀석들은 재빠르게 스마트폰을 꺼내더라.
'찍는다! 신고할 거야!'

옛날 같았으면 혼쭐을 내주고 쫓아냈을 텐데...
이제는 스마트폰 하나면 도깨비도 어쩌지 못하는 세상이 되어버렸네.

세상은 변했지만, 도깨비야,
네 마음속에서만큼은 아직도 그 모래밭이 살아 있을 거야.

언젠가,
너처럼 씨름을 사랑하는 누군가가 다시 나타나
함께 모래밭을 만들고,
온 힘을 다해 맞붙을 날이 올 거야.

그때까지,
네가 사랑했던 씨름을 잊지 말고 간직하길 바래.

- 널 추억하는 장발그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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