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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뜨기 직전,
그 폐허의 극장 옥상에 또 하나의 강연이 열렸다.
이번엔 천사였다.
오래된 존재였지만, 이름은 더 이상 불리지 않았다.
천사는 감정을 믿지 않았다.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감정은 흐르며 변하고, 사랑은 항상 그 위에 있었다.
항상 그는 그것을 경계했기에,
단 한 번도 ‘사랑합니다’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대신, 조용히 말했다.
“사랑은 감정이 아닙니다.
감정 위에 반복해서 선택하는, 의지입니다.”
“감정은 사라질 수 있지만,
선택은 반복할 수 있습니다.
사랑은 충동이 아니라, 반복입니다.”
한 남자가 물었다.
“그럼, 진짜 사랑은 뭔가요?
받지 못해도 계속 주는 건가요?”
천사는 나긋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주는 걸 멈췄을 때 스스로를 미워하지 않는 것.
그리고, 다시 줄 수 있다면 잊지 않고 줄 수 있는 것.”
“사랑이...
기다림이 되면, 그것은 시험이 되며,
이해만 하려는 순간, 계산이 되며,
희망만 품는 순간, 환상이 됩니다.”
천사는 손바닥을 천천히 펼쳤다.
그 위에는 아무것도 없었지만, 따스한 느낌이 있었다.
“사랑은...
서로의 어둠을 알아보는 것.
웃음보다 울음을 먼저 품는 것.
다른 존재임을 알면서도, 그 다름을 껴안는 것.”
그리고 마지막 질문.
“참된 사랑은... 함께 있어주는 건가요?”
천사는 아주 작게 미소 지었다.
“참된 사랑은,
떠날 수도 있다는 걸 알면서도 오늘을 함께 사는 것.
받은 것만큼 주지 못해도, 내일을 약속하는 것.
그리고 상처를 두려워하면서도, 다시 손을 내미는 것.”
그날 새벽,
누군가는 고백을 다시 연습했고,
누군가는 더 이상 연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했으며,
누군가는, 자신을 위한 커피 한 잔을 내렸다...
그 모든 변화는 천사의 말 때문이 아니었다.
천사는 단지, 자신이 느낀 것을 드러내지 않으려 애쓰며
조용히 그들의 마음 깊은 곳을 비추었을 뿐이었다.
천사는 감정을 가질 수 있었지만,
느꼈다는 사실조차 감춰야 공평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천사는 슬퍼하지 않았고, 기뻐하지도 않았다.
다만, 감정이 천천히 가라앉도록 내버려 두었다.
천사는 하늘로 오르며 마지막으로 속삭였다.
“이해하지 못한 채 사랑하면,
결국 그건 흐르는 물 위의 모래성에 불과합니다.
이해는 곧 사랑을 굳건하게 만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