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사랑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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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발그놈

악마는 가끔 인간계로 올라와 은밀한 모임을 열었다.


장소는 폐허가 된 극장,

시간은 자정이 지난 후.


초대받은 이들은 모두 상처받은 자들이었다.

사랑으로부터 도망쳤거나, 사랑에 미쳐 모든 것을 잃은 이들.

그들에게 악마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사랑을 모른다.

나는 타락의 상징이지만...

그렇기에 사랑을 가장 명확히 본다.”


그의 목소리는 불길하지도, 냉소적이지도 않았다.

오히려 잔잔한 슬픔이 느껴졌다.

사람들은 그 슬픔에서 자기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


“사랑이란 뭔가요?”


한 여자가 물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방금 남편의 배신을 마주한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악마는 잠시 눈을 감더니 이렇게 말했다.


“사랑은 계약이 아니다.

조건이 붙는 순간, 거래가 된다.

사랑은 희생이 아니다.

희생이라 느낀 순간, 의무가 된다.

사랑은 소유가 아니다.

소유하려는 순간, 감옥이 된다.

사랑은...”


그는 손가락으로 허공을 그었다.


“...지옥 속에서도 누군가의 이름을 기억하는 것.

나를 죽이는 칼끝 앞에서도,

그 사람만은 찌르지 않는 것.

아무것도 남지 않은 폐허 속에서도,

그 사람의 온기를 상상하는 것.”


사람들은 조용히 숨을 삼켰다.


“참된 사랑은요?”


다른 남자가 물었다.


“끝없이 주는 걸로만 사랑이 이루어질 수 있나요?

받지 않아도, 대답이 없어도... 계속 주는 게 맞는 건가요?”


악마는 한참을 웃었다.

오래전 기억 속 어떤 여인의 미소를 떠올린 듯.


“아니, 참된 사랑은...

받기를 바라면서도,

주지 않아도 미워하지 않는 것.

그리고 언젠가 줄 수 있다면, 꼭 주고 싶은 마음.

...그것 하나로 충분한게 사랑이지.”


강연이 끝나갈 무렵,

악마는 마지막 말을 천천히 꺼냈다.


“나는 너희의 기억을 읽지 않는다.

다만 너희가 가장 잊고 싶어 하는 장면만 꺼낼 뿐이지.”


그 순간,

누군가는 떠난 연인의 마지막 눈빛을 떠올렸고,

누군가는 미처 전하지 못한 말들을 들은 듯 했다.

누군가는 어릴 적 그 어둡던 방, 울고 있던 자신을 보았다.


“지옥이란 곳은, 네 안의 가장 깊은 곳에 있다.

나는 그곳을, 잠깐 밝혀주는 역할만 할 뿐.”


그 말이 끝났을 때,

누군가는 휴대폰을 꺼내 든 채 한참을 바라보다가,

번호를 눌렀다. 그리고 꾹, 지웠다.

또 다른 누군가는 찢긴 이혼서류 위에 손을 얹고, 숨을 길게 내쉬었다.

누군가는 품에 숨겨둔 약병을 꺼내 바닥에 버렸다.


악마가 강요한 게 아니었다.

그저 그의 말이,

그들의 마음속에서 스스로 일어났을 뿐.

악마는 조용히 무대를 내려가며 중얼거렸다.


“진짜 악마는 속삭이지.

대신, 그 목소리는 평생 꺼지지 않지.”


악마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그러나 지옥에도 가끔, 꽃이 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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