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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는 낡은 도서관의 지하 홀.
하늘도, 지옥도 닿지 않는 공간에
천사와 악마논 동시에 모습을 드러냈다.
청중은 단 한 명.
눈이 퀭한, 잠들지 못하는 고통에 괴로워 하는 젊은 여자 한 명뿐이었다.
그녀는 말했다.
“두 분 모두, 사랑을 안다고 하셨죠?
그럼 대답해 주세요.
왜 사랑은 항상 아픈가요?”
천사는 먼저 입을 열었다.
“사랑이 아픈 이유는,
당신이 사랑을 감정으로만 취급했기 때문입니다.”
“사랑은 선택입니다.
선택은 언제나 책임을 요구합니다.
아픈 건 사랑이 아니라, 책임을 회피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사랑은 감정이 아니라,
그 감정을 어떻게 다룰지에 대한 구조적 훈련입니다.”
“당신은 사랑에 대한 기대에 다친겁니다.”
여자는 고개를 숙였다.
악마는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 천천히 말했다.
“아니야.
사랑은 원래 아픈것이다.”
“책임을 회피해서가 아니라,
그 사람을 정말 원했기 때문에 아픈 거지.”
“기대는 인간을 망치기도 하지만,
기대조차 하지 않았다면 사랑이 아니지.”
“사랑은 어차피 깨진 유리잔 같다.
그걸 알면서도 들고 있는 손,
그 손에 맺힌 피가 바로 사랑이다.”
천사는 악마에게 입을 열었다.
“그래서? 끝내 다치는 것을 사랑이라 부를 셈입니까?”
“상처를 미화하는 건 감정의 포화상태입니다.
그것은 사랑이 아니라 집착입니다.”
악마가 고개를 저었다.
“그럼 너는 뭐지?
상대를 분석하고, 거리 두고, 조건 정리해서
마지막엔 ‘사랑은 의지’라는 말만 남기지 않는가?”
“그래서 네 말대로 한 사람도
제대로 사랑한 적 없지 않나.”
천사와 악마는 서로를 말없이 바라봤다.
이해할 수 없다는 눈빛.
그러나 부정하지도 않는 눈빛.
그때, 여자가 입을 열었다.
“두 분 다 틀리지 않았어요.
저는... 감정으로 사랑했고,
그 감정을 이성으로 설득하며 버텼어요.”
“하지만 지금은...
그냥,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고 싶은데
그 이름이 차마 입에서 나오지 않아요.
어떻게 해야 하죠?”
악마는 조용히 말했다.
“울어도 좋고 분노해도 좋으니,
그 이름을 불러라."
천사는 낮게 말했다.
“그리고 울고 난 뒤,
그 사람 없는 삶도 설계하세요.”
두 존재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강연은 끝났다.
여자가 자리를 벗어난 뒤,
악마는 천사에게 말했다.
“넌 차갑게 옳았고,
난 뜨겁게 틀렸지.”
천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하지만 당신 말에
사람은 더 많이 울었어요.”
누군가는 말한다.
사랑은 감정도, 이성도 아니라고.
그건 다만,
모든 시험에서 살아남는 인간의 방식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