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소화처럼
이번 한 주는 특별한 감정이
잘 떠오르지 않는 날들이었다.
그런 날엔 괜스레 주변을 두리번거리게 된다.
그러다 문득, 집 앞 담장을 타고 자란 능소화를 보게 되었다. 여름에 피는 꽃.
꽤나 간절히 기다렸던 올해의 능소화는
한창 피어 있을 때는 스쳐 지나갔다.
머리 위에 흐드러지게 핀 꽃을 그렇게 스치다
이상하게도 바닥에 떨어진 꽃잎들을 보고 나서야
그 존재가 눈에 들어왔다.
'예쁘긴 하지만 결국 이렇게 지는구나.'
왠지 모르게, 마음이 조금 허전해졌다.
이 마음이 무슨 마음일까 생각할 겨를은 없었다.
집으로 돌아와 능소화 이야기를 꺼냈더니
엄마는 이렇게 말했다.
"예뻐도, 독이 있으니 조심해. 가까이 가지 마."
위험의 신호를 알려주는 소리에
나는 오히려 능소화가 새롭게 보이기 시작했다.
단순히 부드럽고 여린 존재가 아니구나.
피어오르면서도,
조용히 자기 경계를 지키고 있었던 것.
나도, 그렇게 피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에게 무례하지 않으면서도
내 감정을 지켜내며 쉽게 침범당하지 않는 사람.
부드러움 속에 단단함을 품은 사람.
우리는 이미, 각자의 연약한 독성으로
스스로를 지키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나를 보호하기 위한 단단함은
타인에게 상처를 주지 않은 한
미안해하지 않아도 되는 감정이다.
우리 안에도 지켜야 할 경계가 있으니까요.
오늘 하루,
당신 안에 핀 능소화를 그려보세요.
피어 있으면서도,
자신을 해치지 않기 위해 작은 독을 품은 존재.
독을 품은 꽃은
상처 주기 위함이 아니라,
당신을 지키기 위한 방식이라는 거
잊지 말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