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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뿌리로 버티고 있었나봐요.

– 해국과 ‘살아냄’

ㅣ 살아냄 속의 인내.


괜찮은 척, 오늘도


출근길, 웃으며 인사를 건네고

옷매무새를 다듬는 나.

사실은,

불안한 마음을 감추느라

애쓰고 있었는지도 몰라요.

바쁘게 흘러가는 세상에

동떨어지기 싫어서,

두 다리를 굳건히 세우고

“나, 반짝거리며 잘 살고 있어요.”

그렇게 보여주고 싶었나 봐요.



보이는 것보다 더 깊게


독도의 바닷가 절벽에서 자라는 해국.

짧고 가느다란 꽃줄기보다

훨씬 더 깊게,

더 멀리 뿌리를 내리는 식물이에요.

바람에 흔들리는 보랏빛 꽃잎 뒤로

말없이 버티는 그 자세가,

묵묵히 하루를 살아내는

어느 날의 나 같았어요.



파도를 맞으면서도


해국은 철썩이는 파도를

고스란히 맞으면서도

쉽게 뽑히지 않아요.

보이지 않는 뿌리로

스스로를 붙들고,

그렇게 살아남는 법을

이미 알고 있었던 거겠죠.



살아내는 존재에게 필요한 말


그 뿌리는 생존을 위한

고요한 투쟁의 흔적이었어요.

해국에게서 배운 건

‘참는 것’이 아니라

‘살아내는 것’이라는 단어였고,

그 감정은

“잘했어”나 “힘내”보다

“잘 버텨줘서 고마워”라는

담백한 건넴이 더 어울렸어요.



내 안의 뿌리를 안아주는 일


누군가 내게

“할 수 있어”라고 말해준다면,

그 말에 기대기 전에

먼저 내 안의 인내를

조용히 안아주고 싶어요.

깊고 길게 내려졌을

그 뿌리의 수고를,

가장 먼저 내가 알아주기로 해요.



오늘 흔들렸더라도


오늘 하루,

수많은 흔들림 속에서도

당신은 해국처럼

자리를 잡고 있었을 거예요.

흔들려도 쉽게 뽑히지 않는

꽃을 피워내는 중이니까요.


ㅣ오늘은 어떤 흔들림은 견디고 굳건히 서계셨나요?


겉과 속이 모두 아름다운 해국처럼 살아내길

일상의 불안 속에서도 단단하게 자라나길

바라고 바라는 이 마음이

오늘도 당신에게 닿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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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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