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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세상 제일 귀여운 책상

나도 책상이 갖고 싶다고요

by 멍냥이

비어 있는 방에 나만의 공간을 만들기 위해 책상을 고르면서

문득 이해할 수 없는 나를 발견했다.


나는 왜 지금까지 책상을 갖지 못했을까

성인이 되어 직장인이 되었을 때에도,

결혼하고 아이들을 키우면서도 난 책상을 갖지 못했다.

급하면 딸아이의 책상을 빌려 쓰거나,

밥상이나 식탁을 책상 대신으로 사용하면서 더더욱 나에게 책상이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었다.

책상을 사지 못할 정도로 경제적 사정이 궁핍했던 것도 아니었는데~~

이런 생각을 시작으로 어린 시절 책상에 얽힌 사건 하나가 생각이 났다.


초등학교 때의 일이었다.

오빠는 부모님으로부터 공부에 대한 전폭지원을 받았다.

그런 오빠에게 공부 좀 하라는 부모님의 말씀은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반복되었다.


공부하라는 두 분의 잔소리에 평소와 달리 오랜 시간을 책상에서 공부를 하는 것 같은 날이었다.

그리고는 뭔가 후련하다는 듯이 자리에서 일어나 이제 놀러 간다며 밖으로 나갔다.

오빠가 나간 뒤 책상을 보니 참으로 놀랍지 않을 수 없었다.

책상에다 조각칼로 파도치는 바다 위에 돛이 여러 개 달린

거대한 배를 아주 선명하게 조각해 놓았다.


우리 집 4남매 중에 유일하게 책상을 가진 단 한 사람 우리 오빠였다.

평소에 그런 오빠의 책상이 부럽던 나는

화를 참지 못하고 아빠에게 울음 섞인 투정을 부렸다.

"공부 싫어하는 오빠한테는 저렇게 큰 책상을 사주고 나는 왜 안 사줘요!"

하며 울분을 토했다.

그런 나의 투정 덕분에 오빠는 아빠에게 종아리를 맞고, 잔소리 폭격을 감수해야 했다.


그 일이 있고 일주일쯤 지나

아버지께서 퇴근길에 커다란 물건을 들고 오셨다.

작은 좌식 책상이었다.

오빠의 책상처럼 의자에 앉아서 공부할 수 있는 그런 책상은 아니었지만,

서랍도 달린 제법 귀여운 책상이었다.


"우리 큰딸 책상 없어서 속상하다니까 아빠가 이렇게 만들어 왔지"


내 책상이라고 하셨다.

난 그렇게 태어나 처음 책상을 가질 수 있었다.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참으로 기쁜 날이었다.


책상.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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