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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빠의 레이더망

오빠와 아빠가 오락실에서 만났다

by 멍냥이

나는 동서남북 어뒤로 튈지 모르는 말썽꾸러기 오라비를 아빠의 감시망에 담아주는

레이더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딸이었다.

즉, 아빠에게는 내편인 딸이었고, 오라비에게는 고자질쟁이 동생이었다.


그날도 하굣길에 오빠가 친구들과 오락실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귀가했다.


혼자 집에 들어온 나에게 아빠가 물으셨다.


"오빠는 집에 안 오고 또 어디로 샜냐?"

"오빠? 학교 앞에 있는 오락실에 들어가던데요"

"그래? 그럼 어디 같이 한 번 가보자!"

아빠 손을 잡고 오빠가 있는 오락실까지 친절히 안내를 했다.


오빠는 게임에 정신이 팔려 아빠가 와 계시는 줄도 모르고

오락기가 들썩 거릴 정도로 버튼과 스틱을 움직였다.


아빠는 오빠의 바로 옆자리에 앉아서 묵묵히 구경을 하고 계셨다.

그 자리에는 오빠의 친구가 앉아 있었는데 아빠를 보자 도망치듯이 자리를 내주고 나가 버렸다.

그것도 모르고 오빠는 게임이 중단되자 아빠의 옆을 툭툭 치며

"동전 좀 줘봐, 얼른! 내일 줄게"

아빠는 아무 말도 없이 동전을 건네주셨다.

그러기를 여러 번

뭔가 느낌이 싸-아 했는지 눈길을 돌려 옆자리를 보고는 화들짝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굳은 표정으로 아빠를 바라봤다.


"왜 조금 더 하지?"

오빠는 고개를 푹 숙이고 말이 없었다.

"공부를 그렇게 업어가도 모를 정도로 하면 얼마나 좋을까"


아빠는 더 이상 야단치지 않으셨다.

모두가 나란히 집으로 돌아와 저녁을 먹는 것으로 평화로운 마무리를 했다.


아빠는 오빠가 말썽을 부렸을 때를 늘 야단을 치시는 것은 아니었다.

가끔은 장난스러운 한마디로 사전 경고를 하시거나 가끔은 아무 말 없이

스스로 생각하게 하는 것을 택하기도 하셨다.



레이더.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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