욘석 봐라?
아이들의 돌발 행동은 그 누구도 예측할 수가 없다.
잘 놀다가도 잠시 시선을 돌린다 싶으면 사고 나기 일쑤다
그날도 우리는 각자 잘 놀고 있었다.
나는 방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었고
여동생은 남동생 옆에서 뭔가 꼼지락 거리며 놀고 있었다.
오빠는 밖으로 나가 없었고
엄마는 아빠의 퇴근 시간에 맞춰 부엌에서 식사준비를 하고 계셨다.
갑자기 눈앞에 있던 남동생이 사라졌다.
정말 눈 깜빡할 사이였다.
집을 수리하기 전에는 안방으로 들어가는 마루 아래 커다란 구멍이 있었다.
난 무서워 잘 들어가지 않았지만
동생들은 가끔 들어가 놀기도 했던 공간이다.
스스로 들어갈 때는 몰라도 떨어지면 꾀나 깊이가 느껴질 정도의 큰 구멍이었다.
마루 끝에 걸터앉아 있던 남동생이 발을 구르며 놀다가 밑으로 떨어진 것이다.
남동생은 눈두덩이를 손으로 누르며 누나들이 내민 손을 잡고 올라왔다
눈두덩이에 뼈가 보일 정도로 큰 상처가 났다.
서둘러 병원으로 데리고 가 급하게 진료실로 들어가 응급조치를 받았다.
남동생은 떨어진 순간부터 병원에 도착해서 꿰매는 시간까지 신기할 정도로 울지 않고 버텼다.
눈두덩이를 꿰매던 의사 선생님
"욘석봐라, 마취도 안 했는데 꿈쩍도 안 하네"
동생은 눈만 깜빡이며 아무 말이 없었다.
"요 녀석 대단한데!, 안 아파?"
계속되는 질문에도 단 한마디 댓구 없이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 누나인 내가 봐도 참으로 독하게 참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그랬는지 나중에서야 그 이유를 들을 수 있었다.
어처구니없이 떨어진 스스로에게 너무 자존심 상했다고 한다.
몽글몽글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기만 한 작은 녀석이 그런 생각을 했을 것이라고는 전혀 상상도 못 했다.
성장하면서도 늘 느낀 것이지만 남동생은 자존심이 아주 강한 녀석이다.
그래서일까 그 자존심에 흠집 나지 않도록 꾸준히 공부하며 끝없이 불합리한 상황에 대응하며 자신을 발전시켜 나가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자존심 때문에 부정적 영향을 받는 사람들도 있는데 남동생은 긍정적인 방향으로 적용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