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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하세요

선생님도 잘못하면 사과를 하셔야죠

by 멍냥이

초등학교 전자계산기가 일반화되기 전이어서 시험이 끝나고 나면 암산 특기생이었던 나는 선생님들께 불려 가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였을까 선생님들께 참 많은 사랑을 받았다, 나 역시 선생님들에 대한 존경심이 남달랐다.

나 자신도 모르는 재주를 찾아 준 선생님도 계셨고, 마음의 버팀목이 되어준 선생님도 계셨다.

하지만 모두가 존경할만한 선생님은 아니었다. 일부라고 말할 수 있지만 치명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만큼 상대적으로 비난받아야 마땅한 선생님도 있었다.

특히나 그 시절의 선생님은 더더욱 그랬다.


어느 날 동생이 울면서 나를 찾아왔다.

양볼이 퉁퉁 부어올라 있었다.

담임 선생님께서 따귀를 때렸다는 것이다.

고작 2학년 9살짜리 아이를 그렇게 때린 것이다.

난 너무 화가 났지만 동생을 생각해 꾹 참고 무슨 일인지 물었다.

자신은 절대 아닌데 선생님이 자꾸 도둑질을 했다며 자신을 때렸다는 것이다.

일단 여동생의 담임 선생님께 찾아가 자초지종을 들었다.


동생의 담임선생님이 집안 사정을 근거로 애매한 부분을 잘 알아보지 않고, 돈을 훔친 것으로 확신하고 동생에게 그런 짓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너무 분해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나의 아버지께서 병으로 누워계신 상태가 아니었더라면 그랬을까?

우리 집이 부자였다면 그랬을까?

오만가지 생각을 뒤로하고 일단 범인을 잡는데 전념했다.

그리고 참 어이없게도 단 몇 시간도 안 되는 시간에 진짜 돈을 훔친 아이를 찾아냈다.


그리고, 교무실로 가서 동생의 담임선생님께 내 동생에게 사과하시라고 했다.

그런 짓을 벌인 사람이 고작 선생님이라는 이유로 저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에게

무엇을 기대하고 그런 말을 했던 것일까


"아니면 된 거지 무슨 사과를 해! 건방지게 어디서 선생님한테 말 댓구를 해!"


지금까지 선생님들께 가졌던 존경심이 와르르 깨지는 순간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잘못을 하셨으면, 사과를 하셔야죠?"

이 말을 시작으로 단 한마디도 그냥 넘어가지 않고 말 댓구를 하는 나를 향해 언성을 높이셨다.

나의 언성도 같이 올라갔고,

"왜 저도 때리시게요? 저도 선생님 때려도 돼요? 교장선생님 불러주세요!"

나와 동생의 담임은 참으로 입에 담을 수도 없는 막말을 이어갔다.


그러고 있는 나를 발견하신 나의 담임선 생니께서 화들짝 놀라 달려오셨다.

"무슨 일이니?"

"저 선생님이 제 동생을 도둑으로 몰아 따귀를 때리셨는데, 범인이 잡혔는데도 사과를 안 하세요"

"그래도 어른한테 그러면 안 되지 얼른 교실로 가자"

"아이들 가르치시는 선생님이잖아요!"

그 자리를 벗어나지 않으려는 나를 끌고 교실로 가셨다.

그리고 마음을 가라앉히라며 물을 주셨다.


사과받지 못한 상황과, 사과받기 위해서 따지는 나를 말리는 선생님에게까지 화가 났다.


시간을 조금 보내고 흥분이 가라앉을 때 담임 선생님께서 몇 번이고 사과를 하셨다.

난 이해할 수 없었다.

"왜 선생님께서 사과를 하세요?"

"어른이라고 다 옳은 생각을 가지고 살지는 않아 우리 아네스 같은 아이들이 좀 더 훌륭한 사람이 되면 이런 상황이 없어지지 않을까?"

그때의 내가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위로를 하셨다.


다행히 나는 졸업할 때까지 이번 사건의 선생님과 얽히는 일 없이 지나갔다.

얼굴 마주쳐도 머리 숙여 인사하는 일 없이 눈으로 욕을 하며 지나쳤다.


난 그 이후로도 중학교 때 2번이나 선생님들의 의미 없는 폭력에 희생당하는 학생을 보았다.

사람이 사람을 저렇게 때릴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의 마구잡이 폭행을 목격했다.

그 두 학생이 모두 여학생이었다.

한 아이는 정신이 온전하지 못한 상태가 되었고

한 아이는 얼마동안 학교에 나오지 못했다.

그 상대가 내가 될 수도 있었다는 상상을 하면 끔찍했다.

그 두 사람은 누가 봐도 선생님의 화풀이 대상이었지만 처벌받은 선생님은 없었다.

지금 같으면 교육청과 세상이 떠들썩했을 텐데, 시대가 안타깝다.


교권이 바닥에 떨어지는데 지대한 역할을 한 선생님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기억하는 그 세명의 선생님 외에도 개인적 감정을 학생들에게 풀었던 얼마나 많은 선생님들이 존재할까

또 내 기억 속 그 선생님들은 은퇴하는 날까지 얼마나 많은 아이에게 폭력을 가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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