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한 번 만들어봐
초등학교 3학년 때 일이었다.
교생선생님께서 임시담임을 하는 기간 중에 있었던 일이다.
미술시간에 내가 하는 작업을 한참을 지켜보셨다.
버선모양 종이 위에 꽃수를 색종이로 꾸미는 작업이었다.
만들기를 좋아하던 나는 미술시간이 제일 좋았다.
뭔가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들어 내는 기쁨이랄까!
그날 전체 수업이 끝난 뒤 교생선생님께서 나를 부르셨다.
그리고는 아무 설명 없이 고학년 교실 쪽 건물로 나를 데리고 가셨다.
그렇게 끌려간 교실 안에서는 언니오빠들이 앉아서 뭔가를 열심히 만들고 있었다.
그 수업을 주도하는 선생님께서 나를 불러 앉히고 계단을 만들어 보라며
종이와 자, 칼, 그리고 풀을 주셨다.
난 전개도를 쉽게 만들어 내는 편이었다. 그래서 입체형태의 완성도 있는 계단을 만들어 보였다.
선생님께서 보시고는
"그래 합격!, 내일부터 수업 끝나고 바로 이쪽으로 와서 작품 만들기 시작하면 돼"
어리둥절
난 갑작스럽게 학교 간 만들기 대회 선수단에 들어가게 되었다.
교생선생님께서
"우리 아네스는 만들기를 참 잘하더라, 열심히 해봐"
"선생님 제가 정말 만들기를 잘해요?"
"그럼! 조금이 아니고 많이 잘하는 거야"
나도 모르는 내 안의 재주를 알아봐 주셨다.
그 후 난 미술에 소질 있다는 것을 확실히 알 수 있는 기회들을 많이 접할 수 있었다.
인생이 계획하거나 의도한 것처럼 흘러가지 않은 탓에 소질을 살리지는 못했지만 살아가는 동안
나의 손재주가 발휘되는 경우는 많았다.
특별히 노력하지 않아도 가지고 태어나는 부분이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삶의 방향은 다른 곳을 향했지만 이제 조금씩 나의 소질을 살려 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매일 저녁 작은 그림을 그리고,
또 이렇게 글을 쓰고,
적절히 움직이며 저녁시간을 사용한다.
아직 내가 뭘 하려는지는 잘 모른다.
하지만 그냥 가만히 있는 것은 나에게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수없이 많은 일을 겪으며 느낀 것이지만,
내가 의도하거나 시도하지 않아도 역경은 온다.
그럴 바엔 내가 움직이는 편이 조금은 나를 위한 방향이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