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고양이
아버지께서 작고 귀여운 아기고양이를 데리고 오셨다.
꼬물꼬물 어찌나 귀여운지 우리 가족 모두의 사랑둥이가 되었다.
내가 누워서 낮잠을 자고 있노라면 나의 긴 머리카락을 휘감으며 놀거나,
옆에 같이 누워 낮잠을 자기도 했다.
장롱 속에 들어가 잠을 자느라 우리를 찾아다니게 한 날도 있었다.
많은 일상을 함께하던 아기 고양이도 어느덧 의젓하게 자라 집안에 있기를 거부하고
사냥을 다니며, 쥐를 잡아 마당에 놓고 보란 듯이 자랑을 하며 아버지의 칭찬을 독차지하기도 했다.
그렇게 우리는 가족이었다.
아버지가 사고로 뇌사상태에 누워 계실 때였다. 호흡기를 떼기 전날이었다.
우리의 슬픔을 알기라도 하듯 굵은 비가 내렸다.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것처럼, 혹여 우산을 쓴다 해도 피할 수 없는 그런 비였다.
그 요란한 빗줄기 틈으로 새어 나오는 나지막한 소리가 있었다.
야~~~~ 옹, 야~~~~ 옹~~~
갸냘픈 소리가 새어 나오는 창문 쪽으로 가서 문을 열었다.
우리의 사랑둥이 녀석이 죽어가고 있었다.
슬픔을 가득 머금은 눈으로 나지막한 소리를 내며 나를 응시했다.
길지 않은 시간 안에 요란산 빗속으로 나지막한 비명은 사라졌다.
그리고 나의 소리 없는 울음의 진동이 온 집안을 매웠다.
불행은 순식간에 밀려들어왔고, 한 가지로만 온 것은 아니었다. 엎친데 덮친다고 했던가
우리 남은 가족들은 온 힘을 다해 밀물처럼 들이닥친 불행을 맞이해야만 했다.
무슨 운명의 장난처럼 하루 사이로 나의 든든한 아버지와 사랑둥이 고양이를 보내야만 했다.
우리 삶의 일부를 차지했던 냥이의 죽음은 오래 기억되지 못했다.
아버지의 죽음으로 순식간에 묻혀버린 것이다.
그래도 내 마음 깊은 곳에서는 어린 시절 그 아기고양이의 추억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그런 이유 일까
병원에서 안락사시키라는 고양이 한 마리가 나의 삶과 함께하고 있다.
매일밤 소리 지르며 나의 수면을 방해하고
나의 여유로운 여행을 방해하지만
여전히 사랑스럽다.
어린 시절 속수무책으로 보내버린 나의 사랑냥이에게 못다 한 보살핌을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