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랍 속 글을 세상 밖으로
나의 서랍 속 글들을 세상 밖으로 꺼내는 것이 이렇게 힘이 든 일이라는 생각을 못한 채로,
작가 지원을 했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빨리 받은 승인에 당혹스럽기까지 했다.
마음의 준비가 덜 된 상태였는지 기쁘고 즐겁기만 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시작을 하려니 예상치 못한 두려움이 나를 엄습했다.
난 왜 글을 쓰려고 하는가
무엇을 쓰고 싶은가
사실 이런 질문들은 작가 지원 하면서 이미 한 번씩 생각하고 그 내용을 지원서에 작성했다.
그런데 막상 글을 쓰라고 하니 겁이 나고 몇 달째 글이 담긴 서랍을 열었다 닫았다를 반복하는 중이다.
아주 어린 날 나의 작은 손으로 쓴 글들이 누군가에게 감동을 주었었고, 나의 행복이기도 했다.
그 감동이 아깝다며 나를 향해 작가가 되라는 선생님도 계셨다.
하지만 인생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 것이라는 누군가의 말처럼 나의 인생도 절대로 계획하고 원하는 쪽으로 흘러가지 않았다.
마치 혼자보기 아까운 드라마를 연상케 하는 삶을 살고야 말았다.
이렇듯 순탄하지 못한 삶을 살아낸 나에게 어린 날의 소녀감성 따위가 남아 있을 리가 없는데 무슨 짓을 하려는 것인지 괜스레 나에게 화가 나기도 했다.
끝나지 않는 복잡한 마음에 의문과 질문들을 던지며 곰곰이 생각한 끝에 결론을 내렸다.
나에겐 끝내지 못한 숙제가 있었던 것이라고
가슴 한 구석에 돌덩이처럼 자리 잡은 나의 끝내지 못한 숙제
그 숙제를 끝내려는 것이라고,
약속!
난 어린 시절 나의 글을 사랑해 주셨던 교감선생님과 약속을 했었고,
나의 엄마에게도 약속을 했다.
"희망이 담긴 사랑스러운 글을 쓰겠다고"
그 약속을 하고 40년이 훌쩍 지나버렸다. 그리고 그 약속은 지금부터 끝내야 할 나의 숙제다.
나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 잠자고 있는 따듯하고 소중한 기억들을 써 내려가다 보면 언젠가는 희망과 사랑이 담긴 글을 마주하는 날이 올 것이라는 바람으로 용기를 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