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아무

by 오주현

그는 자기가 쓴 글들이 저장된 노트북을 보기 위해 어딜 가든지 휴대하고

다녔다. 노트북은 거실 테이블 중앙에 펼쳐져 있었고,

식사를 할 때면 테이블 귀퉁이에 음식을 놓고 노트북을 보면서 먹었다.

외출 중엔 떠오른 생각들이 날아가지 않도록 되뇌며 계단을 올랐고

현관문을 열자마자 노트북을 확인했고, 외출 전 그대로 테이블 위에

놓여있었다. 도시에서 읍으로 이사하는 동안은 노트북은 조수석에 있었고

누군가 이름을 물어볼까 화장실 거울 보며 몇 번이고 준비했었는데 아무도

물어봐주는 사람이 없었다. 그 알바생외에는.

그가 나간 뒤 편의점 사장이 알바생에게 물었다. 네 저 사람이에요.

하루 두번 편의점에 와요. 도시락이나 삼각김밥 컵라면을 먹고 가요.

한달 내내 이만 원씩 매출을 올렸어요. 저 사람 이름이요. . .

말하려는 순간 사장은 나가버렸고 알바생은 아무개라네요 라며 킥킥

웃었다.

그는 편의점에서 했던 말을 떠올려 보았다. 아. . . 무. . .

뭐라고요? . . 잘 안 들려요. . .

흐느적거리는 그의 우스꽝스런 얼굴이 자꾸 사라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는 명장의 얼굴이 크게 걸린 대장간 앞에 와 있었는데

칼 곡괭이 낫 등이 밖으로 나와 진열돼 있었고 나무 손잡이에는

그의 사인이 새겨져 있었다.

뭐 찼는 거 있소

앉은뱅이 의자에 앉은 노파가 일어나더니 물었다.

그는 여전히 명장의 얼굴을 보고 있었고 노파는

영감 잠시 나갔소

저 놈의 대장간 빨리 문 닫아야 하는데

세상 많이 달라졌지만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다니. 원. .

여전히 비둘기는 먹이를 쪼고 있었고 어떤 말도 알아들을 리 없었다.

그는 광장으로 와서 노트북을 켜고 B앱에 접속했다.

쌓아올려진 글자들로 만든 세계,

광장의 중심에서 그는 현란한 전광판에서 나오는 인기 글들의 광고를

보고 있었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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