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눈

by 오주현

솟아나오는 것들은

넝굴처럼 꼬아지거나

툭 끊어지지 않고 여리지만

살아있다

가로수 갇혀있던 땅속은 어떤 세계일까

문 열면 문 있는 곳 파고 파 올라 온 뿔

땅에 대고 그림 그린다 손잡이 없는 문짝

말이 없어진 닫힌 입 바닥위에 눕는다

목도나 칼 화염 아니라면 꺼진 빙산

지면에 닿은 사람의 한기 바닥을 긋는다

생각나지 않아요

온종일 서 있던 가로수의 말

겨울에만 써보는 털모자도 써보고

상자에서 나와도 눈이 내린다

앞이 보이지 않아도 누군가 있을 것같아

눈을 떠본다 하늘은 열리고 눈은 내리는데

땅으로 뛰어든 눈보라 같을까

잠든 고목을 깨우니 느긋한 웃음으로

날아갔다 창문 열고 옷을 벗고

찬바람 들어오게 나두었다

이전 08화개기일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