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간 생계형 알바생이 직접 말하는 진상손님에 대하여
나의 진상 손님들을 소개합니다.
이십 대 초, 중반까지 내가 했던 알바들에 대해서 앞서 말한 바 있다. 그 당시 난 웬만한 일에는 꿈쩍도 않고 모든 일에 대해 감정 없는 로봇처럼 행동했었다. 그 이유인즉슨, 사람에게 마음을 주는 일 따위는 다시는 하지 않겠다고 맹세했기 때문이었다. 또한 전 직장에서 겪은 해야 할 말을 속으로 삼키는 바보 같은 모습으로 되돌아가지 않기로 한 다짐도 있었다. 하나 가끔씩 찾아오는 불청객인 진상들을 마주칠 때면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내가 살아있음을 느꼈다.
진상들은 특히 비 오는 날이나 햇빛이 없는 우중충한 날에 많이 나타났는데 호르몬 때문인지 아직도 그 이유엔 대해선 잘 모르겠다. 내가 진상들을 소개하는 이유는 알고 당하는 것과 모르고 당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기 때문에 미래의 아르바이트생들이 나의 글을 읽고 미리 대비라도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기 때문이다.
제일 먼저, 첫 번째 진상은 물건을 훔쳐가는 도둑 진상이다. 팬시 문구점에서 캐셔 일을 했을 당시 비가 오는 날이면 손버릇이 나쁜 손님들이 어김없이 찾아왔다. 카운터 앞의 작은 포켓 도서를 아무렇지도 않게 가방에 쓸어 담거나 바닥에 쭈그려 앉아 무언가를 줍는 척하면서 펜이나 공책등을 꺼내 훔쳐갔다. 처음에는 그 모습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가 너무도 자연스러운 행동에 내가 잘못 본 게 아닌가 하고 날 의심하기도 했다. 나중에는 그분들이(한 두 명이 아니었다.) 안쓰럽기까지 했는데 본인들이 하겠다는 의지보다 누군가가 시켰거나 아니면 뭔가에 홀려서 하는 행동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도둑 진상을 대처하는 방법은 그 찰나를 잡아서 바로 얘기를 하는 것이었다. 지금 하고 있는 짓은 잘못된 행동이며 이것은 남의 물건을 대가 없이 무상으로 가져가는 행동이다라는 걸 일깨워 줘야 한다. 대부분 이런 짓을 하는 사람들은 거의 심신 미약 상태 이므로 잘 타이르면 두 번 다시는 오지 않았다.
두 번째 진상은 먹튀 진상이다. 말 그대로 사기꾼이라는 소리다. 편의점에서 일을 했을 때 교통카드에 5만 원을 충전해 달라는 아저씨 손님이 들어왔다. 아저씨는 편의점을 한 바퀴 돌더니 캔커피를 가져와 현금으로 결제했고 나는 아무 의심 없이 5만 원을 받기도 전에 교통카드를 먼저 충전했다. 그다음 교통카드 충전값을 받으려고 하자 아저씨의 변명이 시작됐다. 지갑을 사무실에 놔두고 왔으며, 자기가 건너편 부동산 사장인데 조금 있다가 돈을 가져다줄 테니 기다려 달라고 하는 것이었다. 순간 이게 무슨 상황이지? 하며 생각을 하려는 찰나 자칭 부동산 사장인 아저씨는 교통카드를 가지고 쌩 하니 그냥 나가버렸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그날 난 5만 원을 일당에서 까야했고 그 아저씨의 얼굴을 까먹지 않으려 오래도록 애를 써야 했다. 이런 먹튀 진상은 정말로 조심해야 되는데 한번 당하면 두 번 당하기 쉽고 잊을만하면 다시 찾아오기 때문에 인상착의를 잘 기억을 해야 한다.
세 번째 진상은 술 진상이다. 이것도 편의점에서 캐셔 일을 했을 때의 에피소드로 술을 먹고 몸을 가누지 못한 채로 들어와 바닥에 토를 한다거나 자기 딸보다도 어릴 것 같은 아르바이트생한테 찍 접거린다 거나 매장 안에서 술을 먹으면 안 되는데 기어코 우겨 술을 먹는 행위를 하는 진상이었다. 애석하게도 한 달에 한 번씩은 꼭 이런 일이 있었기에 나는 카운터 아래에 있는 빨갛고 동그란 비상벨을 몇 차례 누를 수밖에 없었다. 그 덕분에 알바를 하러 가는 동네의 경찰분들이 얼마나 일에 찌들어 있는가를 알게 되었고 술은 적당히 먹지 않으면 개가 된다는 것도 배우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네 번째 진상은 질문 진상이다. 주제와 종목을 가르지 않고 어딜 가나 따라다니는 유형으로 묘하게 사람의 에너지를 쓰게 만드는 손님인데 팬시문구캐셔알바, 편의점알바, 화장품알바 등 을 할 때 이런 손님 때문에 무척 힘들었었다. 매장에 들어와서는 본인이 뭘 살려는지도 모르고 짧게는 십 분에서 길게는 한 시간이 넘도록 질문만 해대다가 물건을 구매하지 않고 나가버리는 유형이었다. 행여 물건이라도 사갔다 치면을 기어이 반품을 하러 와서 나를 곤란하게 만들었다. 물론, 판매직의 숙명이 온갖 질문들로 하여금 답을 하게 되어있지만 사람이 사람을 감정으로 대하는 일이라 에너지 소비가 컸다. 이때의 교훈으로 나는 어딜 가나 정말 필요한 질문이 아니면 하질 않는다. 소비자가 왕이란 소리는 이제는 시대에 맞질 않는다.
사실 진상손님에 대해서 대처하는 방법은 애석하게도 딱히 없을지도 모르겠다. 그 상황에 놓여봐야 대처할 방법이 생기기도 하니 말이다. 옛말에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이 있다. 진상손님을 즐기게 되는 일은 절대 없을 테지만 살아가면서 진상을 안 마주칠 수는 없으니 마주쳐도 그러려니 하라는 말이다. 정신도 마음도 못된 것들에 계속 부딪히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내공이 쌓이는 법이다. 그 내공을 허투루 쌓는 사람은 없으니 나름의 내공을 찾아 쌓아 보자. 그리하다 보면 진상을 마주쳐도 강인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싶다.
4년 동안 생계형 알바를 하면서 나는 약간의 강박증세만 빼면 괜찮았다. 다만, 진상들을 만났을 때나 어떤 부분이 툭 하고 건드려지는 날이면 어김없이 또다시 깊은 우물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 같았기에 그럴 때면 나를 다 잡았다. 나의 우울은 얼굴이 터질 것 같은 *홍조와 불면증, *공황장애를 가져왔지만 남들도 다 그렇게 살 거라며 애써 나를 위로했다. 그때의 나를 버틴 게 해준 건 내가 만났던 사장님들 이였는데 감사하게도 나를 따뜻하게 맞아 주셨고 내가 쓰임이 있는 사람이라는 걸 순간순간 깨닫게 해 주셨다. 그중 한 분이 떠오른다. 편의점 근무 마지막날 그동안 애썼다며 따로 용돈을 챙겨주셨던 사장님께 감사하다. 사람에게서 얻은 상처는 사람으로 잊어야 한다는 걸 느끼고 배우며 4년간의 알바경험은 나를 성장하게 했다. 나와 잘 맞는 사람을 만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선한 사람을 만나야 한다는 걸 그때 깨달았다.
*홍조
정의 : 안면 홍조증은 얼굴이나 목, 상흉부 등에 일시적으로 발생하는 홍반을 의미한다. 압박에 의해서 쉽게 소멸되기도 하며, 폐경 여성에서 가장 흔하게 생기는 증상 중 하나다.
증상 : 안면 홍조증이 자율 신경 때문에 발생하는 경우 땀샘이 같이 활성화되어 발한을 동반한다. 그러나 발한이 동반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홍조 증상이 사라질 때쯤이면 차갑고 끈적끈적한 불쾌한 느낌이 동반될 수 있다. 안면 홍조증에는 피로감, 신경과민, 불안, 신경질, 우울증 등이 동반될 수 있다. 밤에 증상이 나타날 경우 불면증을 유발하여 결국 집중력 저하 등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치료 : 홍조의 발생 원인을 확인한 경우에는 해당 치료를 시행하면 홍조 증상이 호전된다. 폐경과 관련된 안면 홍조의 치료는 약물 요법을 포함하며,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 보충 요법이 효과가 있다. 비약물적 요법으로, 안면 홍조를 악화시킬 수 있는 뜨겁거나 매운 음식, 카페인이 다량 함유된 음식을 피하는 것이 좋다. 정서적 불안감과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도 도움이 된다.
*공황장애
정의 : 공황 장애란 갑자기 극도의 두려움과 불안을 느끼는 불안 장애의 일종이다. 환자들은 심한 불안과 초조감, 죽을 것 같은 공포를 느끼고, 이와 함께 가슴 뜀, 호흡 곤란, 흉통이나 가슴 답답함, 어지러움, 손발 저림, 열감 등의 다양한 신체 증상을 경험한다. 일단 공황 장애를 진단한 후 적절한 치료를 시작하면 증상이 비교적 잘 조절되는 편이다. 따라서 공황 장애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이 질환의 증상, 진단, 치료법을 정확히 아는 것이 필수적이다.
증상 : 공황 장애(panic disorder)란 예기치 않은 공황 발작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며, 증상이 없을 때도 증상이 발현될까 미리 두려워하고, 이로 인해 일상생활에 악영향이 생기는 장애를 의미한다.
공황 발작(panic attack)이란 어떤 외부의 위협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가슴 두근거림, 어지러움 등과 같은 다양한 신체 증상과 동반하여 심한 불안과 두려움을 느끼는 증상을 의미한다. 공황 발작은 본래 외부의 위협에 반응하기 위한 뇌의 정상적인 작용이다. 공황 발작은 대개 짧은 시간 지속되며, 10분 이내에 증상이 최고조에 도달한다. 증상은 일반적으로 20분 내지 30분 이내에 소실되며 1시간을 넘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나 발작이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수일 또는 수개월 뒤에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치료 : 공황 장애의 주된 치료 방법으로는 약물 치료와 인지-행동 치료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