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4년 반 만에 결국 폐업을 하다.

망망대해에 내던져진 돛단배

by 다정한 지혜씨


2018년 12월에 개업을 하고 2022년 4월에 폐업을 했다. 폐업의 순서는 비교적 간단했다.




1. 폐업 결정 후 건물주에게 알린다.

나의 경우에는 계약기간이 몇 달 남아있었지만 건물주와 상의 후에 가게를 부동산에 미리 내놨었다. 얼마 후 다행히 좋은 분한테 연락이 왔고 우리는 가게를 계약 만료 되기 전에 넘길 수 있었다.

2. 건물주와 철거범위 및 폐업일정을 조율한다.

3. 중고물품 등 재고물건 정리하기

나는 품목이 액세서리였기 때문에 남은 재고물품들은 거의 헐값에 한꺼번에 동대문 업자에게 판매했다. 그리고 나머지 가구들이나 조명, 팔 수 있는 물건들은 중고사이트나 당근을 이용해서 정리했다.

4. 온라인, 오프라인 폐업신고하기

세무에 가지 않고 인터넷 홈텍스를 통해서 일분 만에 폐업신고를 했다.

5. 철거원상복구 공사진행

천고를 올리고 양쪽벽에 원목으로 액세서리 선반들을 만들었지만 다음에 들어오는 임대인이 그대로 사용한다고 해서 철거비용이 들지는 않았다. 만약, 건물주나 새로운 임대인이 원상복구를 원한다면 철거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6. 상가반환 및 보증금 회수

7. 각종 세금신고 (제대로 하지 않으면 나중에 폭탄으로 세금을 맞을 수 있기에 여러 번 확인이 필요하다.)

*부가가치세 및 종합소득세 신고

- 부가가치세 : 폐업일이 속한 달의 말일로부터 25일 인에 부가가치세를 확정신고 및 납부해야 한다.

- 종합소득세 : 폐업한 해의 다음 해 5월 31일까지 종합소득세를 신고 및 납부해야 한다.


폐업을 하고 가게를 떠나던 날, 나와 남편은 건물주와 밥을 먹었다. 처음이자 마지막인 식사였다. 건물주는 우리를 설렁탕 집으로 데리고 갔다. 난 그 자리가 불편하기도 했지만 어쩌면 인생선배한테 중요한 깨달음 같은 걸 얻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으로 식사 권유를 받아들였다. 식사를 하는 동안에 역시나 건물주는 자서전 마냥 물어보지도 않은 본인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 이야기들은 흥미 있었지만 나에게 딱히 도움이 되진 않았고, 난 나이가 많다고 해서 나보다 인생을 더 살았다고 해서 다 배울 점이 있는 건 아니라는 큰 깨달음을 얻고 돌아왔다.


폐업절차는 폐업을 결정하고 거의 이주동안 순식간에 이루어졌다. 사 년 반을 함께했던 가게인데 이렇게 짧은 기간에 갑작스러운 이별을 하고 나니 마음이 굉장히 공허했다.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은 것이다. 스물일곱부터 서른넷까지 나는 팔 년을 쉬지 않고 일만 했었다. 갑자기 백수가 나는 *망망대해에 방향을 잃은 돛단배처럼 어디로 가야 될지를 몰라서 한참을 방황했다. 그렇게 공허한 날들의 시작이었다.




*망망대해 (茫茫大海)

한없이 크고 넓은 바다. 하늘 아래 땅만 있는 줄 알았던 적객은 생전 처음 눈앞에 하늘과 땅이 물로 가득 찬 망망대해를 대하자 그만 아연실색하고 만다.





keyword
이전 19화워커홀릭의 부작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