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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업무의 비애 (온라인쇼핑몰의 두 얼굴)

고객과 통화 후, 눈물을 쏟다.

by 다정한 지혜씨


온라인쇼핑몰을 운영하면서 제일 좋았던 점과 힘들었던 점을 뽑으라면 단연 cs업무였다. 고객들은 궁금한 점이 있으면 늦은 밤에나 이른 새벽에도 전화와 문자를 하기 일쑤였다. 분명 상담가능한 시간을 기재했는데도 그건 별 소용이 없었다. 익명이기 때문에 거르지도 않는 수많은 말들이 고객문의창에 매일 쏟아지듯이 적혔고 난 그것들을 읽으며 힘도 냈고 화도 냈다. 눈물이 날 정도로 감사한 글들을 적어주는 손님이 있는 반면 비수로 꽂히는 날카로운 말들을 내뱉는 손님들도 많았다. 피드백이 되는 염려 섞인 충고의 말들까지는 괜찮았지만 악의적으로 판매자를 *우롱하는 글은 정말이지 힘이 들었다.


그런 사람들은 같은 말이라도 밉게 할 줄 아는 능력이 탁월했다. 어떻게 저렇게 아픈 말들만 골라서 하는지 참 신기하기까지 했었다. *악플이란 누군가의 생업을 흔드는 일이다. 사람은 글로도 말로도 사람을 죽일 수 있다. 자영업을 하시는 많은 분들은 모든 것을 걸고 한다. 내가 아는 한은 그렇다. 나도 그랬었기에 그들의 노고가 얼마나 말도 안 되게 큰지 잘 알고 있다. 그 누구든 말이든 글이든 제발 함부로 꺼내지 말아줬으면 한다.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는 맞아 죽는다.


그 쯤, 온라인쇼핑몰을 5개로 늘리면서 오프라인 매장까지 혼자 다 운영하느라 나는 넋이 반쯤 나가 있었다. 너무 바쁜 탓에 난 내 몸과 정신에 단 1초의 쉼도 야박하리만큼 허락하지 않았고, 내가 멀티가 안 되는 사람인 줄 알았지만 어떻게든 하루 에너지를 150프로 끌어올려서 버텼다. 도대체 왜 한국사람들은 본인의 하루 에너지를 70이나 100이 아닌 그 이상을 쓰는지 잘 모르겠다. 아마도 한국사람 특유의 뭐든지 열심히 해내려는 근성 때문에 그런 것 같다.


그렇게 몸과 마음이 지쳐가던 어느 날 결국 일이 터지고야 말았다. 시폰머리끈을 주문한 손님이 제품 사진과 색깔이 다르다며 항의를 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항의가 들어온 제품은 이제껏 그런 문의조차 받아본 적 없는 제품이었지만, 난 그래도 마음을 다해 응대하기로 결심하고 고객이 원하는 색상과 최대한 비슷한 제품으로 다시 보냈다. 하나, 고객은 기다리기라도 한 듯이 제품을 받자마자 두 번째도 역시 사진과 색깔이 다르다며 전화와 고객문의창에 쉴 새 없이 항의를 하기 시작했다.


결국, 나는 두 가지 제품을 보내고도 환불까지 다 해주는 밑지는 장사를 하고야 말았다. 돈이 문제가 아니었다. 그냥 빨리 이 상황을 끝내고만 싶었고, 더 이상의 *실랑이는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날 난, 처음으로 고객에게 소리를 지르고야 말았다. 분명 진상은 맞았지만 그리해서는 안 됐었는데 지칠 대로 지친 나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결국 나와 고객은 서로 사과 아닌 찜찜한 사과를 하며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끊은 후 난 마감시간을 두 시간이나 남겨놓고 매장불을 다 꺼버렸다. 그렇게 카운터 책상 위에 엎드려 한시간을 넘게 엉엉 운 것 같다. 어떻게 그렇게까지 할 수 있는지, 내가 도대체 뭘 잘못했는지, 누가맞고 틀린지에 대해서 계속 생각을 했다. 난 억울했다. 생각할 수록 점점 더 억울한 감정이 솟구쳤다. 그렇게 한참을 울었음에도 마음이 쉬이 가라앉질 않았고, 결국, 그날 난 밤 열시를 넘기고서야 퇴근을 했다.


물론 다음날에도 나는 어제와 똑같이 남대문 액세서리 시장에 가서 주문받은 물건을 사 오고 매장으로 다시 돌아와 cs업무를 보고 택배를 포장했다. 일상은 변한 것 없이 평온한 듯 보였지만 난 어제와는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날 난 처음으로 가게를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모든게 다 부질없이 보이는 상태에 이르길 시작했다. 물건값과 택배비를 빼면 들어오는 수익은 본전 찾기 정도였다. 매일을 발버둥 치며 그렇게 악착같이 버티고 있었는데 결과가 이런 것이라면 솔직히 다 때려치우고 싶었다. 날 지탱해 주었던 팽팽한 줄들이 소리없이 하나 하나씩 끊어지고 있었다.




*cs업무

CS는 Customer Service의 약자로, 기업이 제공하는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고객 만족도 향상, 문제 해결, 장기적인 관계 유지를 위해 고객과 소통하는 활동을 의미다. (전화, 채팅, 이메일 등)


*비애

슬퍼하고 서러워함. 또는 그런 것.


*우롱하다

사람을 어리석게 보고 함부로 대하거나 웃음거리로 만들다.


*악플

인터넷의 게시판 따위에 올려진 내용에 대해 악의적인 평가를 하여 쓴 댓글.


*실랑이

이러니저러니, 옳으니 그르니 하며 남을 못살게 굴거나 괴롭히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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