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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인을 알 수 없는 피부병에 걸리다.

스트레스가 온몸 구석구석에 똬리를 틀다.

by 다정한 지혜씨

결혼 후 가게를 운영하면서 받았던 스트레스는 몸 구석구석에 자리를 잡고 앉아 똬리를 튼 뱀처럼 서서히 몸을 키워갔다. 그러던 어느 날 녀석이 찾아왔다.


두. 드. 러. 기. 말이다.

여기서 말하는 두드러기의 정의란 피부나 점막의 혈관의 투과성(물질분자의 통과나 침입을 허용하는 성질)이 증가되면서 일시적으로 혈액의 혈장 성분이 조직 내에 축적되어 피부가 붉거나 흰색으로 부풀어 오르고 심한 가려움증이 동반되는 피부질환을 말한다. 기간에 따라 6주 이내에 증상이 호전되는 급성 두드러기와 6주 이상 지속되는 만성 두드러기로 분류할 수가 있는데, 난 3개월이 넘어가는 만성 두드러기 앓았다.


두드러기는 정말 갑자기 찾아왔다. 5월의 어느 날 저녁 무렵에 다리가 간지럽기 시작했다. 바지를 걷어 살펴보니 벌써 종아리 곳곳에 동그란 모양으로 빨갛게 부푼 자국이 보였다. 처음에는 모기에 물린 줄 알았고 약국에서 버물리를 사다 발라가며 버텼지만 3일이 지나도 가라앉지를 않았다. 동그란 모양의 자국들은 다리를 비롯해 곧이어 배와 엉덩이, 등, 팔에 미친 듯이 퍼져 나가기 시작했고 나는 그제야 그것이 두드러기인 줄 알게 되었다.


그렇게 3일을 밤낮없이 긁어대다 안 되겠다 싶었던 나는 동네의 유명한 피부과를 찾았다. 동네 피부과 의사 선생님은 질문조차 하지 않은 채로 약을 처방해 주었고 난 그 약이 나중에서야 스테로이드 약인 줄 알았다. 처음에 약을 먹은 며칠은 잠깐 괜찮은 듯 보였다. 하지만 약을 끊은 동시에 바로 두드러기가 다시 올라왔고 나는 대학병원을 찾기에 이르렀다. 대학병원을 다니는 몇 주 동안은 두드러기의 원인에 대해서 찾으려고 노력을 했다. 각종 알레르기 검사와 피검사, 소변검사, 엑스레이 등 여러 검사들을 했지만 결국은 원인을 알 수 없는 만성 두드러기라는 판정을 받았다.


내 인생 35년 만에 처음 겪는 일인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이라니 말에 난 충격을 받았다. 암도 고치는 세상에 이건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다. 앞으로의 행복한 미래와 아이를 갖기 위해 준비를 하는 도중 찾아온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난 좌절했다. 두드러기는 한 달이 지나도 두 달이 지나도 나아지질 않았고, 난 약을 먹지 않으면 어김없이 올라오는 녀석들을 보며 내 몸을 원망하기 시작했다.


사실 책임은 오롯이 나한테 있었다. 끼니를 거르며 제대로 쉬지 않고 일에만 몰두했던 나 자신이 벌인 일이었다. 열심히 살았다고 자부했던 나의 과거가 현재의 건강에 적신호를 보내온 것이다. 과거의 모든 힘듦은 몸에 고스란히 쌓여 언젠가는 분출된다. 모든 병의 원인이 스트레스라고 하는 것도 과히 틀린 말이 아니다.

모든 것이 나의 선택이었기에 이제와 후회한들 소용이 없었고 나는 치료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스테로이드 약을 먹는 도중에는 아이를 가질 시도조차 해서는 안됬기에 당분간은 임신 준비를 미루기로 결정했다. 산을 오르며 깨끗한 공기들을 많이 마셨고, 식습관도 채소 위주로 바꾸기 시작했다. 또한 양약 치료와 동시에 한약 치료를 병행하며 침도 맞아가며 몸을 보살폈다. 이런 나의 노력을 안 건지 두드러기는 차츰 줄어들기 시작했고 3개월이 지난 어느 시점에 더 이상 약을 먹지 않아도 두드러기가 올라오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내 병이 완치가 된 줄로 만 알았다.


그리고 2년 후인 5월 봄, 또다시 두. 드. 러. 기. 가 찾아왔다.

나는 좌절했다. 완치가 된 병이 다시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이 녀석은 처음과는 다른 녀석으로 모양은 비슷했지만 좀처럼 약을 먹어도 잦아들지가 않았다. 간지러움은 2년 전보다 몇 배는 더 심해져서 머릿속까지 침투했다. 온몸에 개미가 기어 다니는 참을 수 없는 간지러움에 응급실을 몇 번이나 찾았고 정말 이러다 미치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에 두려움이 앞섰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나가고 기존에 처방받았던 스테로이드 약과 주사가 듣지 않는 지경에 이르자 나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담당 의사를 바꿔줄 수 없다는 간호사들의 만류에도 생난리를 치며 결국 담당 의사를 바꿨고 그 덕분에 두드러기가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했다. 나한테는 다른 돌파구가 필요했다. 나만큼 절실하지 않은 의사는 필요 없었다. 나는 이번에도 두드러기의 원인을 찾기 위해 당뇨센터인 내분비 내과까지 다니며 더 열심히 병에 대해서 알아보기 시작했다. 병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 이니라!


하나, 이번에도 원인을 찾을 수 없는 만성 두드러기라는 진단을 받았고 나는 모든 걸 체념하기로 했다. 그나마 조금의 희망이 있었던 건 내분비 내과에서의 결과였는데, 내분비 내과에서는 나의 병명을 *선천성 면역반응 조절장애라고 판명했다. 나의 경우엔 어떤 부분이 툭 건드려질 때 면역과잉 반응으로 두드러기가 올라온다는 것이었다. 난 그제야 내 병이 조금은 이해가 됐고 생활패턴을 바꾸기로 결심했다.


어떤 것이 원인이 되는 줄 모르기에 모든 것이 원인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가까운 것부터 바꾸기로 결심한 것이다. 먼저 집안의 습도를 40~60으로 조절했고 침구류는 적어도 이주에 한 번씩 세탁기에 넣고 돌렸다. 또한, 하루에 한 번씩은 꼭 환기를 시키고 곰팡이가 생길 기미라도 보이면 곧바로 제거작업에 들어갔다. 알레르기들을 일으키는 의심되는 음식들은 되도력이면 자제했고 공기청정기도 적극 사용했다. 그렇게 또 3개월의 시간이 흘렀고 두드러기는 언제 없어진 지도 모르게 사라졌다.


두 번째 두드러기 재발 후인 3년이 넘어가는 지금까지 아직은 또 다른 두드러기가 나타나지는 않았다. 나는 매년 봄이 찾아오거나 5월이 되면 조금의 간지러움이 생겨도 예민해진다. 혹시나 또다시 두드러기가 찾아온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에 옷을 걷어 살피며 항상 내 몸을 체크한다. *노이로제에 걸린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그건 아니다. 이제는 정말 오롯이 내 몸을 살핀다. 사실 피부병이 생기고 다시 재발하면서 또다시 난 깊은 우울감에 빠졌었다. 그럼 그렇지, 네가 평탄만 하겠어, 다 네가 자초한 일이 자나, 하는 생각들로 끊임없이 나를 원망했었다.


하나, 위기가 찾아오면 변화가 함께 찾아오듯이 난 피부병을 앓고서 힘이 들면 쉬게 해 주는 법을 배우고 아프면 그에 따른 처방을 해 줄 수 있는 것을 배우게 되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내게 우울감은 안 좋은 일이 생겼을 때 더 세게 다가온다. 평소에는 잔잔하던 우울감이 나를 집어삼켜 밑바닥으로 한없이 끌어내리며 바닥으로 내 팽개친다. 나는 그럴 때마다 내가 싱크홀에 빠졌다고 생각하기로 한다. 싱크홀에서 탈출하는 방법이 묘하게 우울감을 극복하는 방법과 닮았는데 이 부분을 함께 공유하고 싶다.


1. 절대 물웅덩이에 몸이 닿지 않게 하기 = 절대 우울감에 사로잡히지 않게 하기!!

첫째로 절대 우울감에 몸이 닿지 않게 해야 한다. 오래된 우울감으로 인해 발생한 우울증인 경우 쉽게 무너질 수 있다.

2. 깊은 곳에서 절대 혼자 올라가지 않기 = 깊은 곳에 혼자 빠져있지 않기!!

둘째로 깊은 곳에서 절대 혼자 탈출하겠다고 올라가지 않는다. 가장자리는 지반이 약해서 추가 붕괴가 쉽게 일어나기 때문에 올라가다가 추락할 수가 있다.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거나 가까운 사람에게 현재의 자기 상황을 알리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3. 탈출 후 최대한 빨리 벗어나기 = 우울감에 사로잡혔다면 최대한 빨리 벗어나기!!

마지막으로 마음이 불이 꺼지면 매립된 정신이 팽팽해지고 견딜 수 있는 한계치를 넘어서는 순간 이성이 끊어진다. 이때 마음이 파열된 상태라면 큰 폭발이 발생하니 탈출 후 최대한 빨리 그곳을 벗어나기로 한다.



* 스테로이드

스테로이드란 부신에서 분비되어 여러 중요한 작용을 하는 호르몬으로 체내의 면역 및 염증반응에 다양하게 영향을 미쳐 숙주의 면역 반응을 억제한다. 스테로이드는 오래전부터 만성 염증성 장질환의 치료에 사용된 약이다. 초기에 신속하게 증상을 개선시키지만, 장기간 투여 시에 여러 가지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둥근달 모양의 얼굴, 여드름, 소화불량 및 궤양, 당뇨, 고혈압, 녹내장, 백내장, 골다공증, 감염이 있을 수 있고, 소아에서는 성장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 그래서, 스테로이드는 급성기 중증 염증성 장질환에서 경구, 주사요법으로 고용량을 사용하고 증상이 호전되면 양을 서서히 줄여 끊게 된다.


*선천성 면역반응조절장애 (과잉)

인체 외부에서 체내로 독소와 이물질,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들어올 때 우리 몸은 면역반응을 일으키게 된다. 몸 안의 비정상 세포들을 공격해 스스로 건강을 지키기 위해 면역력이 활동을 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면역력이 떨어지면 몸 안의 세균성, 내인성 이물질에 저항하지 못하고 생체 내부 환경의 혼란을 가져와 과민반응을 일으키게 되는데 이를 두고 면역과잉반응이라고 한다.


*노이로제

노이로제란 신경증을 말하며, 불안 등을 원인으로 하는 입원이 필요 없는 정도의 부적응 장애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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