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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홀라당 1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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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근 Dec 08. 2024

사람 냄새

서울로 부터 이주를 꿈 꾸며....

사람 냄새                                           

                                   

김 중 근     


내가 서울로 부터 이주를 꿈 꾸며 실행에 옮긴 것이 어언 29년 8개월이라는 세월이 지났다.


자동차와 소음스모그와 공해시멘트와 건물유리와 쇠붙이 같은 것들로 채워진 도시를 방황하다어디에도 사람 냄새가 나는 사람은 보이질 않았다이 회색 콘크리트의 도시에서 하이에나같이 무작정 한 점의 인정(人情)이라도 찾기 위해 정신없이 배회헸던 시절(時節)나는 무정(無情)으로 찢긴 가슴에서 설움이 맺힌 통곡 속을 떠나야 했다.     


사람 냄새가 그리워 고운 빛깔로 마알갛게 번지는 한강 저녁 노을 바람에 냄새를 맡아보았지만 홀로 들이쉬는 서울의 바람은 최루탄처럼 내 숨통을 질식시킬 뿐이었다인정(人情)을 잃은 사람들은 인정(人情)을 받지 아니하고는 아물지 않는다너무 가슴에 사묻힌 인정(人情)이 그리워 폐점 시간이 임박한 목로(木路주점(酒店)에 들러 사람 냄새 물씬나는 곳을 찾아낙향(落鄕)을 결심했었다....내 정수리에 슬픔이 고이는 날인정(人情)이 있어오늘 하루도 넉넉하였음을 느끼고 싶었기 때문이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불거나 어김없이 뜨고 질 해와 달처럼자신은 지면서도 마지막 가는 노을의 뒷 모습까지 세상의 아름다운 배경이 되어주는 붉은 노을의 서쪽 하늘처럼그 배경이 될 인정(人情)어린 사람이 정말로 그리웠다생을 두고 끝까지 가지는 못하겠지만 목숨 다하는 날까지 정()을 나누고곁에 있어 조용한 곳에 살면서 사람다운 사람 냄새를 맡고 싶었다.     


그러던 어느 날 선듯 이 곳에 내려와서 맑은 심성(心性)을 지닌 사람을 알고 만나게 되었다만나야할 아무런 이유도 없이 하루도 만나지 않고는 마음이 허전해서 아무 일도 이룰 수 없을 정도로 우리는 이미 정신(精神)이 하나가 되었다인정이 아니고는 서로 시기심이나 질투심이 없다체면과 염치나 나의 허물도 개의치않았다나를 향한 큰 관심과 배려로 인해종국()에는 더욱 선명한 상처로 남게 되었던 지난 날의 흔적과 인정도 그리움으로 되돌아 보게 될 정도로어느새 마음의 여유가 자리하고 있다서울의 지나간 시간들을 적셨던 서랍 속의 해묵은 일들을 미련없이 보낼 수 있었던 것도 익산의 김방 등 그들을 알게됨으로인정에 굶주린 내가 비로소 옳바른 사람 냄새를 맡게된 이후 부터이다.   

  

우리는 어눌하고 기름지지 않은 말씨와 수다도 좋고 간혹 틀린 말을 해도 좋다뭐 꼭 만나야 할 (用件)이 아니더라도 하루에도 수없이 만나면서 마음 편하게 인정을 나눌 수 있어 좋다만나면 만날 때 마다 몇 번을 반복해서 같은 이야기를 하고 들어도 우리가 못다한 정()들이 두런두런 밤새도록 지칠줄 모르고 새록새록 내린다. 사실 나의 존재는 특별한 것이 아니다나는 어떤 환경과 상황에 한정된 국지적인 존재일 뿐으로 편견과 아집에 사로 잡혀그동안 내가 남에게 정을 주기보다는 상대방의 마음을 으려했기 때문에 인정(人情)에 메말라있었던 것이다인정이란 것은 내가 거침없이 서로에게 정을 주고 나눔으로해서 그 존재가 서로에게 전달되는 것임을 종심(從心)의 나이에 들어 제서야 깨닫는다이 분들과 정을 나눔으로써 결국 내 자신을 보다 깊고 넓은 세계로 이끌어진 것이다서로는 분명히 믿고 신뢰한다이즈음 사람을 사귀는 동기도 순수하지 않다이해 관계가 열쇠 고리 모양 채워져야만 한다면....나는 이 시간 이후 더욱 더 분명한 믿음으로 그 분들께 독한 인정(人情)이 신뢰받길 원한다.     


어느 부유하고 유명한 사람보다도 소박하면서도 교만하지 않은 그 분들의 인정(人情) 나는 좋다바로 그것이 내가 이곳에 뿌리박고 살 수 있는 그 큰 이유요 서울을 떠날 수 있었던 힘의 원동력이기도 하다.     

비로서 이 곳에서 나는 사람다운 사람 냄새를 맡을 수 있기 때문이다.          

                                          

                                              

- 2023년 10월 24일 사람 냄새가 그리운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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