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햇살

햇살 고운 날

봄 햇살          

       

 - 김 중 근  

        

새파란 하늘이 결 좋은 햇살을 만든다. 이른 봄의 오후, 허리가 휘고 등이 굽은 소나무가 그늘을 만든다. 공기까지 깨끗하다. 어디서 날아온지 모를 새 한 마리가 청솔 가지 위에 앉아 맑게 목청을 고른다. 가지에 잠시 쉬었다, 곱게 내려오는 햇살 속으로 날아오른다.    

 

몇 일 전 봉긋봉긋 새순이 돗더니 홍매화(紅梅花)의 향기가 햇살과 비벼져 은은하다. 산들 바람에 힘없이 떨어진 꽃잎 하나, 둘....또르르 굴러간다. 홍매화 그윽하게 피어나게한 그 어느 날의 따스한 햇살이 매화 꽃을 피워주었건만, 간 밤에 거칠게 불어댄 강풍으로 힘없이 떨어져 굴러다닌다. 햇살은 이리저리 상념(想念)에 출렁이고 바람에 흔들린다.      

가짓새로 비집고 들어왔다 어차피 어디론가 흘러갈 햇살이지만 햇볕 한줌 내 자리에서 놀다 간다. 봄 햇살은 저벅저벅 상념 속에 고독(孤獨)을 밟고 지난다. 적막의 방에 무엇인지 설명못할 상념(想念)을 내려놓는다. 이렇게 유리창살 사이로 흘러드는 빛이 유난히 화사하고 포근할 때면, 청솔 가지에 둥지 친 까치가 햇살로 목욕을 하고 기지개를 켠다. 순간 빛이 좋은 탓인지 지상에서 부는 바람으로 하늘로 높이 올라간 까치처럼 나는 빛을 쫓아 하늘만큼 높고, 잿빛 허공만큼 막막한 고독(孤獨)으로 날아오른다. 지난 날, 상처받고 고독(孤獨)과 상념 사이로 흘렸던 많은 눈물을 딲아줬던 것 또한 한 줌의 햇살이다. 깨끗한 봄의 향기 속에서 흘러내린 햇살은 캄캄한 방에 갇혀 있던 고독을 녹여 내고 싱싱한 봄의 생기(生氣)를 갖게 했으니 희망이 생겼기 때문이다.     

봄 햇살은 상념을 뿌리고 내린다. 흘거죽이 갈라터진 세월이 내뿜는 봄 빛은 어찌 그리 서럽고 고독하게 만드는지... 봄 빛은 무심한 것들이 일으키는 상념(想念)을 내리고 말없이 마음의 빈 구석에 서걱거리는 소리를 낸다. 고독(孤獨)이 철철 흐르니 지혈이 안된다. 이 고독과 상념은 깊은 산 속에서 절규하는 새 소리처럼 내면에서 애닯게 울려퍼진다. 마침 붉게 달아오른 노을 빛이 홍매화와 어울려 봄 햇살로 화장(化粧)된 볼에 슬픔을 얹어준다.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다는 거짓말 같은 고독(孤獨)이 봄 빛에 스며들어 가슴이 아프다. 흐르는 눈물을 봄 햇살에 지워야하는 오후 시간이다. 한 줌, 봄 빛 가득한 바람이 슬픈 눈 빛을 몰아내고 오렌지 노을 빛 속으로 불어댄다. 지금 이 순간, 가슴에 품은 아름다운 상념(想念)들이 이리저리 봄 빛 타고 춤춘다.    

 

다음 주 정도가 될지 그 다음 주가 될지 모르지만 봄 햇살이 가득한 날!...봄 햇살이 어디에서 부터 내려오는지 그 사람과 함께 차를 타고 나가봐야겠다. 

                    

                                        

                                  - 2024년 3월 10일(일) 햇살 고운 날 웅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