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편, 행복한 개똥벌레

by 박철

나는 반딧불


나는 내가 빛나는 별인 줄 알았어요

한 번도 의심한 적 없었죠

몰랐어요 난 내가 벌레라는 것을

그래도 괜찮아 난 눈부시니까(후략)

(노래 가수 황가람)


요즈음 한창 유명한 노래 가사예요.



어릴 적 여름 방학, 강원도 홍천 외가댁에 놀러 가면 별보다 더 반짝이며 날아다니는 반딧불이 밤하늘에 가득했어요.

반짝이는 반딧불을 바라보며 할머니 무릎에 누워 잠이 들곤 했죠.

할머니는 배알 이를 하는 어린 손자의 배를 쓸어 넘기며 자장가를 불렀죠.

바위덩이처럼 거칠어진 손이었지만 한없이 따스했어요.



세상에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부모는 다 저들이 좋아서 자식을 낳죠.

그런데 자식이 말을 좀 안 듣고 부모 뜻대로 안 하면 그렇게 구박을 해요.


"넌 누굴 닮아 그러냐"

"너를 낳고 미역국을 먹은 내가 미친년이지"

"나가 뒤져라"

"너도 시집가면 너 같은 새끼 나봐라"

"남편복 없는 년은 새끼복도 없다더니"


하여간 무슨 부모 죽인 원수에게나 할만한 비난을 자식에게 퍼붇죠.

이게 말이 됩니까.

나아놨으면 목숨 걸고 책임져야죠.


우리 할머니는 늘 나를 안아주며 말했어요.


"내 새끼 누굴 닮아 이렇게 잘생겼누"

"어이구 똥도 이쁘네 내 세끼"



중학교 때 이야기예요.


친구 중에 최훈(가명)이라는 친구가 있어요.

이 친구는 무척 자전거가 갖고 싶었어요.

부모님께 자전거를 사달라고 졸라봤지만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 자전거는 쉽지 않았죠.

친구들은 다들 자전거가 있는데 저만 없었죠.


어느 날 동네 길 가에 세워진 남의 자전거를 몰래 훔쳐 타고 돌아다녔죠.

서울 변두리 그렇게 크지 않은 동네다 보니 훔친 자전거를 타고 다니다가 며칠 만에 자전거 주인아저씨에게 잡혀 동네 파출소에 끌려갔어요.

부모는 아들을 파출소에서 빼오려고 자전거 주인에게 부탁을 했지만 쉽지 않았죠.

만약 경찰서까지 넘어가면 정말 큰일이 되는 상황에서 부모님은 동네 교회 목사님께 찾아갔어요.

그 당시 목사님은 지역 청소년 선도 위원으로 활동 중이었어요.

목사님은 파출소로 달려가 책임지고 선도한다는 각서를 쓰고서 친구를 데리고 나올 수 있었어요.


이 소식은 동네에 파다하게 퍼졌어요.

동네 어른들은 혀를 차며 말하곤 했죠.


"저 집 자식농사 버렸네"


우리 친구들은 친구가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걱정스러운 마음에 친구집으로 찾아갔어요.

그런데 그 친구집 앞에 새 자전거가 놓여 있었어요.

친구 아버지는 파출소에서 나온 그날 친구를 데리고 자전거 가게로 가서 자전거를 사주신 거예요.

아버지께 야단을 맞을 줄 알았던 친구는 놀랐죠.


그 친구는 지금 어떻게 됐을까요?

그 교회의 장로가 되어서 청소년 사역에 열심히죠.

누가 알았겠어요.

장로님이 40여 년 전 자전거 도둑이었던걸.



대학 다니던 시절 이야기예요.


친구들 대여섯 명은 여느 때처럼 강의를 마치고 학교 앞 술집에 모여 술을 마셨어요.

그런데 술을 거의 다 먹고 각자 돈을 내보라고 했더니 그날따라 대부분 돈을 가진 친구가 없었어요.

친구들은 작전(?)을 세우기 시작했죠.

가위바위보를 해서 이긴 놈들은 자연스럽게 먼저 술집을 나오고 진 놈이 맨 마지막에 나오며 돈 낼 것처럼 하다가 튀기로.

전문용어로 "먹튀".


결국 병훈(가명)이라는 친구가 총대를 메게 되었어요.

그런데 하필 그날 술집 주인아저씨 아들이 해병대에서 휴가를 나와 술집 일을 돕고 있었어요.

병훈이는 튀다가 아들에게 잡혀서 실컷 두들겨 맞고 파출소에 잡혀 들어갔어요.

그 친구는 학교 인근에서 자취를 하고 있었는데 손주 뒷바라지를 하기 위해 잠시 와 계시던 할머니가 돈을 들고 와 병훈이를 파출소에서 데리고 나올 수 있었죠.


그 친구는 지금 어떻게 됐을까요?

"경찰"

얼마 전 총경의 자리까지 올라 축하의 자리를 가졌죠.

누가 알았겠어요.

총경님이 30여 년 전 무전취식하고 튀다 잡힌 술꾼이었던걸.




누구나 개똥벌레로 태어나요.

하지만 하늘에 빛나는 반딧불이 되죠.


기대하고 용서하고 응원하면 언젠가는 별이 되죠.

밤이 깊고 어두울수록 더욱 빛나는 별.



주위에 속 썩이고 걱정되는 자식이 있나요?

야단치고 가르치려 하지 말고 자전거를 사다 주세요.



그대, 너무 걱정 말아요.

행복을 지켜요.


언젠가는 당신도 빛나는 별이 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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