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불안형 애착을 안정형 애착으로 바꾸려면?

by 이상혁 심리상담가


사랑, 참 복잡한 녀석입니다. 우리는 모두 사랑받고 싶어 합니다. 인간이라면 어쩔 수 없죠.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사랑을 마치 모래성처럼 느끼곤 합니다. 한순간 방심하면 무너져내리고 마는 그런 모래성이요.


상대가 나를 떠나지는 않을까, 연락이 조금만 늦어도 나한테 질린 건 아닐까, 이러다 혼자가 되는 건 아닐까. 머릿속이 온통 이런 걱정으로 가득합니다. 심리학자들은 이를 ‘불안형 애착’이라고 부르지만, 사실 ‘연애지옥’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지도 모릅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걸 무슨 결함이나 병처럼 여길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는 단지 사랑을 배우는 과정에서 이렇게 살아남는 법을 익힌 것일 뿐입니다.


누군가는 자유롭게, 안정적으로 사랑하는 법을 배웠고, 누군가는 긴장과 불안을 기본값으로 설정하는 바람에 ‘읽씹’ 하나에도 멘탈이 나가버리는 사람이 된 거죠. 문제는 이게 생각보다 꽤 피곤하다는 겁니다.


불안형 애착을 가진 사람들의 머릿속은 늘 바쁩니다. "내가 더 완벽해야 상대가 날 사랑할 거야." "내가 실수하면 버려질지도 몰라." "내 감정을 솔직히 말하면 부담스러워하겠지?" 이런 생각들이 하루에도 몇 번씩 스쳐 지나가죠.


하지만 진짜 문제는, 이런 생각들이 ‘팩트’가 아니라 ‘습관’이라는 겁니다. 어릴 때부터 반복했던 생각, 익숙한 패턴일 뿐인데, 우리는 이걸 인생의 진리처럼 믿어버립니다.


중요한 건 이 불안을 억누르려고 애쓰지 않는 겁니다. 오히려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게 시작이죠. "아, 지금 내가 또 쓸데없는 걱정을 하고 있구나." "나는 사랑받고 싶어 하는구나." 이렇게 한 발짝 물러서서 스스로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이 달라집니다.

daria-nepriakhina-Hk37N5zcAHU-unsplash.jpg?type=w773

자기 자신을 비난하는 대신 이해하려고 하는 것. "내가 또 집착하는구나, 젠장!"이 아니라 "그럴 수도 있지, 이게 내 스타일이니까. 하지만 이번엔 좀 다르게 해볼까?"라고 말하는 것. 작은 변화지만, 이런 태도가 쌓이면 우리의 애착 스타일도 점점 바뀌게 됩니다.


불안형 애착을 가진 사람들이 가장 흔히 저지르는 실수는, 자신의 불안을 상대가 해결해주길 바라는 겁니다. 하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안정형 애착이란, 상대가 나를 떠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아니라, 내가 설령 혼자가 되더라도 괜찮을 거라는 믿음에서 시작됩니다.


내가 사랑받을 가치가 있다는 것, 그리고 누군가가 내 곁을 떠난다 해도 여전히 난 충분한 사람이라는 확신. 이게 있어야 관계가 덜 흔들리고, 사랑이 두려움이 아닌 기쁨이 됩니다.


물론 이런 변화가 하룻밤 사이에 이루어지는 건 아닙니다. 불안형 애착에서 안정형 애착으로 가는 길은 단순히 연애 기술을 배우는 게 아니라, 우리 자신과의 관계를 다시 쓰는 과정입니다.


내 감정을 억누르지 않고, 나 자신을 비난하지 않고, 내 불안을 조금 더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 그렇게 한 걸음씩 나아가다 보면, 어느 순간 사랑이 더 이상 불안의 원천이 아니라,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안전한 공간이 되어 있을 겁니다.


그리고 그때쯤이면, ‘연애’ 정도는 그리 큰 문제가 아닐 겁니다.










keyword
월,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