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재킷
아버지가 물려주신 재킷을 좋아한다. 유행과는 거리가 먼 버튼형식에 빛바랜 색감이 지나온 세월을 말해주는 듯 하나, 택배를 뜯고 웃으며 걸어둔 새 옷보다 나는 아버지의 헌 재킷을 자주 꺼내곤 한다.
아빠는 내 나이 때 이 옷을 입고 설교를 했다더라. 몇 명 안 되는 청년들과 울고 웃고, 그렇게 몇 년이 지나니 꽤 큰 교회가 되었다고 얘기했다. 그러니 이 옷에는 나름의 역사가 담겨있다. 터진 안쪽 어깨선, 하얀 실로 꿰맨 자국, 얼룩덜룩한 상표
“아빠는 내 나이 때 안 힘들었어요?” 이제는 예순의 중반을 넘어가고 계신 아버지를 보다가, 문득 그의 청년기가 궁금했다. 반딧불이를 병 안에 두고 책을 보던 어린 날, 농사가 아니라 공부를 하고 싶었던 학창 시절을 지나 전도사가 된 젊은 날의 그 남자
아버지는 두 아들의 키가 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셨다더라. 나는 작아도 내 아들들은 키가 커서 나보다 더 멋있게 생겼으면 좋겠다고, 덕분인지 우리 임 씨 집안에서는 가장 큰 형제가 되었다.
“아버지 웃는 모습이랑 똑같네.” 유독 웃는 모습이 닮아 함께 웃으며 찍은 사진을 보면 영락없는 아빠와 아들이다. 별말 없이 바라보시던 때가 많으시던데, 나를 보며 당신은 그 시절의 그대를 보고 있을까
며칠 전, 향수를 사서 아빠의 침대 위에 두었다. 부러 나와 닮은 향을 드렸다는 걸, 아실는지 모르겠다.